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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비운의 ‘조선 왕 투구’ 일본서 첫공개

등록 2013-10-01 20:26수정 2013-10-01 22:26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이 1일 공개한 조선시대 유물 가운데 조선시대 왕의 것으로 추정되는 투구(사진 맨 오른쪽)와 갑옷 앞에 혜문 스님(왼쪽) 등이 서 있다. 길윤형 특파원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이 1일 공개한 조선시대 유물 가운데 조선시대 왕의 것으로 추정되는 투구(사진 맨 오른쪽)와 갑옷 앞에 혜문 스님(왼쪽) 등이 서 있다. 길윤형 특파원
일제시대 ‘오구라 컬렉션’ 10여점
도쿄 국립박물관서 한시 전시
혜문 스님 “한국으로 돌아와야”
1일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 동양관 5층 10실. 한반도 관련 유물들이 주로 전시되는 이 방에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새 전시품 10여점이 등장했다. 그 중에 단연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조선시대 왕의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대원수 투구’(사진)다. 이 유물 공개를 위해 동분서주해 온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스님은 “백옥으로 된 이마 가리개, 투구에 새겨진 발톱이 다섯개인 용 문양, 투구 끝에 달린 봉황 문양의 옥 장식 등을 볼 때 이 투구는 조선 시대 왕의 물건임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정교한 투구와 그 짝으로 여겨지는 갑옷, 고종이 쓰던 익선관 등 10여점의 유물은 모두 일제 강점기에 대구 지역에서 전력회사를 운영한 오구라 다케노스케(1896~1964)가 모은 유물인 ‘오구라 컬렉션’의 일부다.

오구라 컬렉션에 이 투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최근까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도쿄 국립박물관이 1982년 1110점에 이르는 오구라 컬렉션을 기증받으며 딱 한번 도록을 만든 뒤 목록을 공개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다 2010년 일본에 거주하는 이소령 고려박물관 이사가 간다의 헌책방에서 이 도록을 발견해 투구의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도록에 담긴 투구의 이름은 ‘비로드로 만든 금문장갑구’로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2012년 4월 박물관 쪽이 조선왕실의 전래품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후 혜문 스님 쪽의 요구를 도쿄 국립박물관이 받아들여 1일부터 12월23일까지 이 투구 등 관련 유물을 한시 공개하게 됐다.

이날 공개된 유물 가운데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오구라가 1964년 작성한 목록에서 “민비(명성왕후)가 죽은 곳에서 가져왔다”고 기술한 다과상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이소령 관장은 “왕비가 죽은 곳에서 물건을 가져오다니 심한 일”이라고 말했다.

혜문 스님은 “이날 공개된 왕실 유물은 조선왕조가 망하고 난 뒤 당연히 이왕직(강제 합병 이후 조선왕조의 사무를 맡아보던 일본 궁내청 소속의 관청)에 인계돼 한국의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있어야 한다”며 “도쿄 국립박물관이 이 유물을 기증받았을 때 이것이 정상적으로 취득된 것인지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게 분명한 이들 유물은 유네스코의 관련 협약에 따라 한국에 돌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동행한 안민석 민주당 의원도 “유물 공개를 결정해 준 도쿄 국립박물관에 감사한다. 한-일 양국이 힘을 모아 이 유물의 취득 경위를 시급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속 작업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10월 한국의 절도범들이 쓰시마섬 간논지에서 훔쳐 온 불상 문제가 양국 관계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이 일본과 문화 교류를 더 넓히려면 장물인 이 불상을 먼저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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