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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고이즈미, 아베에 ‘탈핵’ 결단 촉구

등록 2013-10-02 20:43수정 2013-10-02 21:44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나고야 강연회서 ‘원전제로’ 주장
“사용후 핵연료 처분시설조차 없어”
태평양전쟁 예들며 여당 결단 요구
발언 확산 큰 반향에 일 정부 당혹
재임 시절 야스쿠니신사를 거듭 참배하는 등 일본의 우경화를 가속시킨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탈원전’을 호소하고 나섰다. 무리한 전쟁을 고집하다 자국과 주변국에 커다란 고통을 안긴 태평양전쟁의 예까지 들어가며, 아베 신조 총리에게 탈원전을 향한 결단을 촉구했다. 일본에선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원전 유지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일 나고야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경제계의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면 ‘원전 제로’(탈원전)는 무책임하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터뜨리는 이들이 있지만, 나는 그럼에도 원전 제로를 주장한다”며 “그동안 원전이 위치한 지자체에 얼마나 많은 세금을 써왔고, 앞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대책과 폐로에 또 얼마나 많은 세금을 써야 하겠냐. 원전만큼 비싼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한 시간에 걸친 이날 강연의 대부분을 탈원전의 필요성을 호소하는데 썼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일본이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할 처분 시설을 만들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짚었다. 사용이 끝난 핵 연료봉에서는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 물질을 100만년 넘게 지하의 안전한 장소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8월에 시찰한 핀란드에서는 단단한 암반을 400m 깊이로 파고 들어가 그곳에 핵폐기물을 묻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핀란드의 4개 원전 가운데 2곳에서 나오는 것을 처리할 용량밖에 안 된다”며 “핵 처분장을 어디에 만들 것인지 전망도 없는데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태평양전쟁의 역사를 예로 들며 탈원전을 강조한 대목에서는 역설적인 비장감마저 느껴졌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만주에서 (관동군이) 철수했다면 전쟁을 막을 수도 있었는데, ‘만주는 생명선이다’는 논리로 철수를 거부해 결국 국가가 초토화됐다”며 “사람들이 ‘원전 외엔 대안이 없다’고 말하지만 정치가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면 대안은 반드시 나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부분의 야당이 탈원전에 찬성하기 때문에) 자민당이 탈원전 방침을 내놓는다면 탈원전의 기운이 단번에 달아오르게 될 것이다. (태양광 등) 재생 가능 에너지를 자원으로 하는 순환형 사회를 위해 모두의 꿈을 모을 수 있다”며 아베 총리에게 결단을 요구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발언이 트위터 등을 통해 확산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자 일본 정부는 당혹감 속에 파장을 줄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가 (원전에 관해) 여러 발언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아베 총리도 되도록 원전 의존도를 줄여나간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현 단계에선 (에너지 공급의) 안정이나 정전 등을 생각해가며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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