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미-일 공조 미묘한 ‘불일치’
1945년 일본의 패전 이후 미일 동맹은 지금껏 두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첫번째는 1981년 5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스즈키 젠코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다. 이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군사적 협력 관계를 뜻하는 ‘동맹’이라고 처음으로 표기한다. 일본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P-3C 대잠초계기를 도입해 소련의 잠수함 초계 업무를 떠안게 된다. 두번째 변화는 1997년 9월 이뤄진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이다. 미국은 일본한테 북한의 핵 위협 등 ‘주변사태’에 대응할 지원 태세를 만들라고 요구한다. 일본은 1999년 5월 주변사태법을 만들었고, 자위대의 활동 범위가 일본을 넘어 주변 지역으로 확대된다.
3일 발표된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 공동성명은 그 세번째 변화로 볼 수 있다. 변화를 요구한 주체가 일본이라는 게 전과 다른 점이다. 미국의 힘을 빌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 보수의 숙원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서다. 재정적자와 중동 사태 등에 발목이 잡힌 미국은 일본에 더 많은 군사적 구실을 요구하며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이 현실화하면 일본이 전후 60여년간 유지해 온 ‘전수방위’(교전권을 부인하고 방어에만 전념하는 일본의 안보전략) 원칙이 사실상 사문화된다.
일본은 미국 힘 빌려 센카쿠 열도서 중국 견제 의도
미, 동남아 국가와 연계해 중국 해양진출 감시 요구 공동성명을 보면, 두 나라는 “동맹의 능력을 대폭 확대할 몇가지 조처를 결정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이를 넘어선 지역에 대한 안전보장 및 방위 협력의 확대를 위한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을 꼽았다. 미국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위예산의 증액, 자국의 주권 아래 있는 영역을 방어하는 능력 강화,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공헌 확대 등의 조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본에 ‘집단적 자위권’ 지지라는 선물을 안기며 필리핀·베트남 등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과 연계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감시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고고도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와 신형 대잠 초계기 P-8의 일본 배치는 ‘중국 감시’라는 미국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미-일의 동상이몽이다. 일본 언론도 미-일의 미묘한 ‘불일치’에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4일 ‘일미 동상이몽’이라는 기사에서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모두발언에서 일-중 긴장 관계를 언급했지만,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신문들도 ‘(미일) 센카쿠에서 온도차’(<마이니치신문>), ‘대중국 정책에서 미일 어긋나’(<도쿄신문>) 등의 반응을 보이며 미-일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대응에서 상당한 이견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격하게 반발했고, 한국은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일 “일본과 미국이 냉전적 사고를 버리기는커녕 군사동맹을 강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국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익명의 외교부 당국자를 내세워 “주변국들의 우려를 해소하며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만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지지했지만 주변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쉽지 않은 과제를 짊어졌다고 지적했다. 도쿄 워싱턴 베이징/ 길윤형 박현 성연철 특파원 charisma@hani.co.kr
미, 동남아 국가와 연계해 중국 해양진출 감시 요구 공동성명을 보면, 두 나라는 “동맹의 능력을 대폭 확대할 몇가지 조처를 결정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이를 넘어선 지역에 대한 안전보장 및 방위 협력의 확대를 위한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을 꼽았다. 미국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위예산의 증액, 자국의 주권 아래 있는 영역을 방어하는 능력 강화,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공헌 확대 등의 조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일본에 ‘집단적 자위권’ 지지라는 선물을 안기며 필리핀·베트남 등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과 연계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감시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고고도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와 신형 대잠 초계기 P-8의 일본 배치는 ‘중국 감시’라는 미국의 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집단적 자위권을 둘러싼 미-일의 동상이몽이다. 일본 언론도 미-일의 미묘한 ‘불일치’에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4일 ‘일미 동상이몽’이라는 기사에서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모두발언에서 일-중 긴장 관계를 언급했지만,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신문들도 ‘(미일) 센카쿠에서 온도차’(<마이니치신문>), ‘대중국 정책에서 미일 어긋나’(<도쿄신문>) 등의 반응을 보이며 미-일이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대응에서 상당한 이견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격하게 반발했고, 한국은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일 “일본과 미국이 냉전적 사고를 버리기는커녕 군사동맹을 강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국 정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익명의 외교부 당국자를 내세워 “주변국들의 우려를 해소하며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만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지지했지만 주변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쉽지 않은 과제를 짊어졌다고 지적했다. 도쿄 워싱턴 베이징/ 길윤형 박현 성연철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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