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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법원 “‘재특회’ 혐한시위는 인종차별”

등록 2013-10-07 19:39수정 2013-10-07 22:50

첫 배상 판결에 일 시민사회 주목

“북한 스파이 돌아가라” 구호 외쳐
교토 조선학교 수업 3차례 방해해
법원 “차별조장 의도…1226만엔 지급”
* 재특회 : 우익단체

일본 법원이 우익단체 ‘재일조선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이하 재특회)의 혐한 시위에 대해 처음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교토 지방법원은 7일 교토시 미나미구의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 주변에서 혐한 시위를 벌여 수업을 방해한 재특회 간부 9명에게 ‘학교 쪽에 1226만엔(약 1억36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학교 반경 200m 안에서 집회 금지를 명령했다. <지지통신>은 “원고들에 따르면 일본 법원이 혐한 시위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재특회 관계자들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조선학교는) 북한의 스파이 양성소” “스파이 아이들도 조선반도로 돌아가라” 따위의 구호를 확성기에 대고 외치는 등 수업을 방해한 바 있다. 학교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 재특회는 집회가 “언론의 자유에 해당되는 사항”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시즈메 히토시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재특회의 일련의 행동은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 의식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있어 인종차별 철폐 조약에 명시된 인종차별에 해당된다”며 “이런 행위에 대한 구제 조처가 되도록 고액의 배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이 나온 교토는 1970년대 재일조선인들의 애환을 그린 영화 <박치기>(2004년)의 무대가 되는 등 오사카와 더불어 일본에서 재일조선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으로 꼽힌다. 재특회가 벌인 혐한 시위의 피해를 입은 교토 조선제1초급학교는 결국 지난해 4월 폐교돼 현재는 교토 조선초급학교에 통합돼 있다.

일본 시민사회는 이번 판결이 재특회 등의 혐한 시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혐한 시위에 대응하려고 지난달 일본의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혐오 구호(헤이트 스피치)와 인종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국제네트워크’(이하 노리코에네트)의 자료를 보면, 2003년 3월부터 8월까지 일본 전국 각지에서 혐한 집회 161건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모임의 공동대표인 신숙옥 인재육성기술연구소 소장(재일동포 3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일조선인에 대한 괴롭힘은 수십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일본 정부가 사실상 용인해 왔다. 배상금을 1200만엔이 아니라 1억엔 등으로 올려 더이상 이런 집회가 일본 사회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특회 쪽은 판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기 야스히로 재특회 부회장은 이날 판결 직후 “어쩔 수 없는 발언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정당성이 있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재특회 소송 대리인은 “싫어하는 사람의 발언에는 표현의 자유가 없다고 인정하는 것과 같은 판결은 문제”라며 항소를 시사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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