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고기 등 ‘중요5항목’ 양보 검토
일본 자민당이 ‘공약 위반’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스스로 ‘성역’이라 표현한 쌀 등 5개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를 받아들일 전망이다.
<도쿄신문>은 8일 자민당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 회의에서 “절대 관세를 철폐하지 않는다”고 공약한 쌀·보리·돼지고기와 소고기·사탕·유제품 등 ‘중요 5항목’에서 갑작스레 양보할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니시가와 고야 자민당 티피피 대책위원장은 6일 중요 5항목의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한데 이어, 7일엔 “비판을 받지 않을 분명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며 양보가 불가피함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7월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정책집에서 중요 5항목의 관세를 지키지 못하면 “교섭 탈퇴도 각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이렇게 급격한 방침 전환을 밝힌 것은 이들 5개 항목을 관세 예외 항목으로 놔두면 전체 관세 철폐율이 93.5%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이에 견줘 일부 참여 국가들은 100% 모든 항목에 대한 관세 철폐, 미국도 최소 95%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일본이 고집을 꺾지 않으면 협정이 타결되기 어렵다. 일본은 앞으로 5개 항목을 세부적으로 나눈 586개 품목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각 품목의 관세 철폐 여부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일본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지난 3월 티피피 참여를 정식 발표하고, 7월에 첫 회의에 참여한 ‘후발 참여국’이기 때문이다. <도쿄신문>은 3월 일본 등 후발 국가는 기존 참가국들이 이미 합의한 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불이익을 감수하며 협정에 참여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 때문에 마고사키 우케루 전 외무성 국제정보국장은 “애초 자민당의 공약은 지켜질 수 없는 거짓이었다”고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정부나 당 모두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당은 중요 5품목 가운데서 지킬 것은 지키고 얻을 것은 얻는다는 자세로 교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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