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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정부 독촉에 후쿠시마 원전 작업원 하루 10시간 이상 혹사

등록 2013-10-11 20:16수정 2013-10-11 22:27

아베 발언 뒤 사고 수습 ‘속도전’
안전무시·위법 연장근무 일쑤

하청노동자 방사선 과다노출 위험
잇단 사고로 오염수 외려 더 유출
“선량계(방사선량 측정기)는 몇번이나 교체할 수 있으니까, 일단 나갔다 다시 들어와.”

사고가 일어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에서 오염수 처리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작업원은 현장 책임자의 갑작스런 지시를 받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곳에선 지금도 고선량의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기 때문에 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작업원들의 근무 허용시간은 법으로 엄격히 정해져 있다. 현행 일본 노동기준법에 따르면 이들에게 하루에 10시간(일반근무 8시간과 연장근무 2시간) 이상 일을 시키면 위법이다. 그 때문에 작업원들은 작업 시간이 ‘9시간 반’을 넘으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는 선량계를 달고 작업에 나선다. 하지만, 공정을 서두르기 위해 작업원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위법한 지시를 내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염수의 영향이 차단돼 있다’고 말한 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하루 10시간을 초과하는 (위법한) 노동이 강요되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현장 작업원들의 증언을 토대로 11일 폭로했다. 현재 도쿄전력 등은 지상 탱크에 저장돼 있는 오염수를 정화하기 위한 정화장치 가동과 바다에 접한 원전부지 지하 통로에 고인 오염수 배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염수를 직접 다루는 위험한 작업인 탓에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있어도 피폭은 피할 수 없다.

현장 노동자들이 털어 놓은 증언은 자못 충격적이다. 한 고참 작업원은 “(작업 시간이) 10시간이 지났지만 회사 쪽에서 ‘쉬는 시간이 있었으니 아직 10시간이 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고, 다른 직원은 “8시간 반 정도 일한 뒤 작업반장이 ‘잔업 할 사람이 있냐’고 물어 반 정도가 (알람이 울리지 않도록) 선량계를 바꾸고 돌아왔다”고 증언했다. 그밖에 위로부터 “중요한 설비니까 빨리하라는 정부의 요청이 있다” “하루라도 빨리 해라” “오늘 내일 중에 끝내지 않으면 안된다” 등의 압박이 일상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마이니치신문>은 현장에서 지휘를 할 수 있는 베테랑 작업원은 연간 피폭 한도(50밀리시버트)를 넘은 이들이 많아 내근 부서로 전출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 때문인지 지난 2주 동안 작업원의 단순 실수로 인한 사고가 5건이나 발생해 적잖은 오염수가 누출됐다. 9일엔 작업원들이 스트론튬이 포함된 오염수에서 염분을 빼는 담수화 장치 배관을 실수로 분리해 7t의 오염수가 유출됐고, 6명의 작업원이 피폭당했다. 1일엔 빗물을 오염수가 담긴 저장 탱크에 옮겨 담다가 탱크가 넘쳐 오염수가 누출됐고, 지난달 27일엔 한 작업원이 배관 안에 공구를 놓고 오는 바람에 방사성 물질 정화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시운전중 갑자기 멈췄다.

<도쿄신문>은 이에 대해 “정부와 도쿄전력이 현장에 ‘서둘러라, 서둘러라’고 과도한 압력을 넣다 보니 현장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판단력과 주의력이 둔해진 탓”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염수로 인해 후쿠시마현과 그 주변 지역의 방사성 물질의 농도엔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9일 발표한 환경 모니터링 결과를 봐도 결론은 ‘별다른 변화 없음’이었다. 그러나 미세한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10일 후쿠시마 원전 항구 밖 1㎞ 지점에서 세슘 137이 1ℓ당 1.4베크렐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마시는 차의 허용치가 10베크렐인 데서 알 수 있듯 이는 극소량으로 볼 수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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