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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위안부 파문 확산 차단하려
일 정부, 동남아 조사 막았다

등록 2013-10-13 20:27수정 2013-10-13 22:45

1993년 필리핀·인니 등 대사관에
1차 조사 반발 높자 2차 조사 밝혀
뒤에선 “회피하라” 공문 보내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동남아시아 피해 여성들에 대한 면담 조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사실이 확인됐다.

13일 <아사히신문>을 보면, 1993년 7월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군의 간여가 있었음을 인정한 ‘고노 담화’가 나오기 직전 당시 무토 가분 일본 외무상은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대사관에 “위안부 문제가 공연히 확산되지 않도록 피해자에 대한 면담 조사는 될 수 있는 한 회피한다”는 내용의 외교 공문을 보냈다.

당시 위안부 문제는 1991년 9월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고백 이후 일본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등이 이어지며 한-일 간의 매우 민감한 외교 문제로 비화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1992년 7월 가토 고이치 관방장관 시절 1차 조사를 벌여 “강제연행을 증명하는 자료는 없었지만, 위안소의 설치·운영·감독에 정부가 간여했다”는 조사를 내놓았다.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한국 위안부 피해 여성 17명에 대한 면담 조사를 포함한 2차 조사를 벌여 위안부 동원 과정에도 군의 간여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고노 담화’를 내놓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 외 다른 지역에서도 면담 조사를 진행한다”는 공식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속으론 이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사실상 조사를 벌이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있던 셈이다. 이런 사실은 <아사히신문>이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한 1992~1993년 외교문서들을 통해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1차 조사에 대해 “불충분하다”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발표하자 도를 넘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외무성의 동남아시아 2과장이던 하야시 게이치 현 영국대사는 1992년 7월14일 주 도쿄 인도네시아 공사에게 보낸 공문에서 “이는 (조사 결과를) 신용할 수 없다고 단정하고 있는 것과 같다. 유감이다”라고 항의했다. 또 두 나라 사이엔 전쟁 배상이 이미 끝난 상태라 위안부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옛 일본군 병사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문제 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항의를 받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문제를 확대하지 말라는 당시 수하르토 대통령의 뜻에 따라 추가 문제제기를 포기했다. <아사히신문>은 그 배경에 일본이 2011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 무려 5조2000억엔의 공적개발원조(ODA)를 내놓은 공여국이란 사실이 작용했으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위안부 문제를 담당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문제를 후벼 파 다른 나라와 관계를 불안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이날 공개된 문서의 내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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