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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위안부 국제문제 확산 막으려
일 정부, 인니 책출판까지 저지

등록 2013-10-14 20:18수정 2013-10-14 22:35

다카스 유엔 사무차장 공사 시절
“작품 발행땐 양국관계 우려” 압박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인도네시아 유명 문인의 책 출판까지 막은 사실이 확인됐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의 주요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1993년 8월20일 다카수 유키오 당시 주인도네시아 일본 공사(현 유엔 사무차장)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고위 관료와 만나 “인도네시아 출신 위안부 여성들의 고난을 그린 작가의 작품이 발행될 경우 양국 관계에 끼칠 영향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출판 금지’를 요구한 셈이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정권은 “이 문제가 양국 관계에 영향이 없도록 다루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아사히신문>이 일본 정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확보한 외교문서를 근거로 14일 보도한 내용이다.

<아사히신문>은 “공개된 문서엔 작가의 이름이 지워져 있지만,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된 인도네시아의 대문호 프라무디야 아난타 토르(1925~2006)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토르는 한국에서 <밍케>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진 인도네시아 반체제 작가로 2006년 81살의 나이로 숨지지 않았다면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밍케’는 인도네시아를 식민 지배하던 네덜란드 교사가 인도네시아 학생을 원숭이(몽키)라고 부르다 흠칫 놀라 ‘밍케’라고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구절에서 따온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이다.

프라무디아가 오랜 유배 시절 취재한 인도네시아 위안부 여성들의 사연은 수하르토 독재정권 아래선 출판되지 못했다. 이 장편소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때는 2001년, 일본에서 <일본군에게 버려진 소녀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판된 때는 2004년이다.

문서를 본 전 외무성 관료는 “(일본 정부가) 발행 금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틀림이 없다. 위안부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서의 주인공인 다카수 현 유엔 사무차장은 “기억나지 않는 일이다. 만남에서 내 생각을 말했을 뿐 압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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