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에 연일 ‘탈원전 선언’ 촉구
아베, ‘정치적 은인’ 공세에 긴장
야당 공백 속 정치적 존재감 과시
아베, ‘정치적 은인’ 공세에 긴장
야당 공백 속 정치적 존재감 과시
15일 임시국회가 시작된 일본에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이는 뜻밖에도 정치 일선을 벗어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다. ‘거대 여당’으로 변한 자민당을 견제할 야당 세력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화끈한 정치 스타일로 큰 인기를 모은 고이즈미 전 총리가 2008년 9월 정계 은퇴 이후 5년간 이어진 침묵을 깨고 ‘탈원전’을 호소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어서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6일 지바현 기사라주시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야당이 탈원전 정책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자민당이 탈원전을 선언하고 이를 자연 에너지로 바꾼다는 선언을 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협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일 나고야 강연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지만, 이번엔 언론 취재가 허용된 상황에서 이뤄진 발언이어서 더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고이즈미 총리는 2006년 퇴임 이후 공개 강연이나 정치적인 발언 등을 자제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탈원전을 향한 고이즈미 전 총리의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정치 활동 재개를 묻는 질문에는 “탈원전을 위한 신당 결성을 생각하고 있냐는 얘기가 들리지만 그럴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밝혔다.
자민당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01년 4월 붕괴 위기에 몰린 자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해 5년 반이나 정권을 유지한 인물이고, 아베 신조 총리로서는 자신을 관방 부장관으로 발탁해 기회를 준 정치적 은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인 신지로 내각부대신 정무관 등 자민당의 젊은 의원들 가운데 탈원전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한편으로 ‘야당의 공백’이라는 일본 정치의 위기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도쿄신문>은 17일 사설에서 가이에다 반리 민주당 대표의 전날 중의원 대표질문에 대해 “오염수 문제를 지적했지만, 원전의 존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며 “2030년까지 원전을 없앤다는 선거 공약은 포기한 것이냐”고 맹렬히 비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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