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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베 ‘야스쿠니 참배 자제’ 모양새만 갖췄다

등록 2013-10-18 19:55수정 2013-10-18 22:19

공물 봉납만… 의원 157명 참석
참배자수 역대 두번째로 많아
참의원서 침략·식민지배 또 외면
한·중 “정치인 참배 안돼” 비판
18일 아침 8시. 전날부터 20일까지 가을 예대제 기간을 맞은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신사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신사의 중심 건물인 배전(拜殿) 옆에 위치한 사무동에는 이날 국회의원들의 참배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일본 취재진 40~50명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변국을 배려해’ 이번 예대제 기간 동안 참배를 하지 않을 것으로 결정한 탓인지 취재 열기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오전 9시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하 모임) 소속 의원들의 집단 참배에 이어 진행된 기자회견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오쓰지 히데히사 회장(자민당, 참의원 부의장)은 모두발언은 삼간 채 “오늘 중의원에서 114명, 참의원에서 43명 등 모두 157명의 의원이 참배했다. 4월 봄 예대제 때는 168명이 참배했으니 역대 두번째로 참배자가 많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아베 총리가 참배하지 않고 공물인 마사카키(화환 모양의 제구)만 봉납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개인의 판단이기 때문에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기자회견은 5분여 만에 서둘러 끝났다.

이날 풍경만을 놓고 볼 때 아베 정권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나름 애쓰고 있다’는 항변에 토를 달긴 어려워 보인다. 참배 의원들의 수가 크게 줄진 않았지만, 지난 4월엔 총리를 지냈던 아소 다로 부총리를 비롯한 4명의 각료가 참배를 결행해 큰 파문을 낳았던 데 견줘 이번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긴 했다. 이날 현직 각료 가운데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 한명이 참배하는 데 그쳤고, 예대제가 이어지는 20일까지 후루야 게이지 납치문제 담당상이 추가로 참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신문>은 “(참배로 인해) 아시아 정세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미국의 불신이 강한데다, 태풍 26호 복구 작업으로 한창 바쁜 상황에서 참배로 인한 파문을 확산시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주변국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아베 정권이 ‘미국의 압력’에 못 이겨 자제하고 있을 뿐,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날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 침략의 역사를 정당화하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의 류전민 부부장은 이날 오전 기테라 마사토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밝혔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세카이>에 기고한 논문에서, 지난 4월 아베 총리가 ‘침략 부인’ 발언으로 설화를 빚은 뒤 아베 총리,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의 발언 내용을 분석했다. 이를 보면 이들이 설화 파문을 잠재우기 위해 “아시아 주변 국가들에 큰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달리 그 원인이 침략과 식민지배에 의한 것임은 명확히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베 총리는 18일 참의원 본회의에서도 이러한 인식을 되풀이해 강조하면서도, 역시 침략과 식민지배 때문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자민당의 당 3역 가운데 하나인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은 “아베 내각에서 신도 총무상이 참배해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 의연히 참배를 계속하는 것만이 이 문제가 외교 문제가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지난 1차 내각 때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못한 것을 ‘한’이라 말했던 아베 총리의 진심을 꿰뚫은 발언으로 들린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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