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문헌 예로 들며 인터넷에 올려“
영어 등 10여개 언어로 번역 예정”
정부 “즉각 삭제하라” 강력 항의
영어 등 10여개 언어로 번역 예정”
정부 “즉각 삭제하라” 강력 항의
일본 외무성이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렇지 않아도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는 한-일 관계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일본은 23일 공개된 ‘다케시마에 관한 동영상’이란 제목의 1분27초짜리 동영상에서 그동안의 일본 정부의 주장을 다시 한번 되풀이한다. 즉, 옛 지도나 문헌을 보면 17세기 초엽 일본 에도 막부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며, 1905년 각의 결정에 의해 이를 일본 영토에 편입시켰다는 것이다. 또 1951년 9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체결될 당시 한국 정부가 일본이 포기해야 하는 영토 안에 독도를 포함시켰지만, 미국 정부에 의해 거부당했다는 사실도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1877년 메이지 시대 일본의 최고행정기관이었던 태정관이 에도 막부와 조선 정부 간 교섭(울릉도쟁계) 결과 “죽도 외 일도(一嶋·독도)는 일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을 내무성에 지시하는 ‘태정관지령’ 등 일본에 결정적으로 불리한 사료는 외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결론 부분에선 외교 외엔 독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을 인식한 듯 ‘법과 대화에 따른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해결하자는 일본의 주장을 세번이나 거부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런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한 배경에는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본 정부는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해결할 것을 한국 정부에 제안한 데 이어,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는 것을 알리는 홍보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정부는 일본에 강한 항의와 유감의 뜻을 전달하며 즉각 삭제를 요구했다. 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로 구라이 다카시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해 일본 정부가 그릇된 역사 인식 아래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국제 홍보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런 내용을 담은 구술서(외교문서)를 전달했다. 이에 구라이 총괄공사는 “구술서를 본국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조태영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일본 외무성이 독도에 대해 허황된 영유권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유포함으로써 우리 독도 영유권 훼손을 기도하려는 데 대해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한다. 영상을 즉각 삭제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어 “일본 정부는 이러한 몰역사적, 시대착오적인 도발이 한-일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요인이 됨을 통감하길 바란다”며 “역사적 과오에 진지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들로부터 교훈을 얻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이 동영상을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 10여개국 언어로도 번역해 배포할 예정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김규원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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