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은행, 통장 수만개 보관
“1965년 청구권 협정때 해결”
“1965년 청구권 협정때 해결”
유초은행(일본의 우체국은행)이 식민지 시기 조선인 노동자 수만명이 저금한 우편저금을 예금주나 유족에게 돌려줄 수 없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다. 유초은행이 우편저금의 처리 방침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교도통신>은 29일 조선인 노동자들의 우편저금 통장 수만개를 보관하고 있는 유초은행이 이 예금 잔액을 예금주나 유족들에게 돌려줄 것이냐는 질문에 “일반론으로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킨 1965년의) 일-한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을 비롯한 모든 청구권이 해결됐기에 예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유초은행은 통장 자체의 반환 여부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변호사와 상담 중이어서 회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통장에는 통장 명의자, 금액, 당시 주소 등의 정보가 담겨 있지만, 정확한 계좌 수나 총저축액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일괄적으로 우편저금에 가입해 월급의 일부를 강제로 저축해야 했지만, 해방 이후 이를 돌려받지 못하고 그대로 귀국했다.
유초은행의 이번 결정은 한국에서 두 가지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첫째, 통장 정보를 일괄적으로 한국 정부에 인계해 달라는 운동을 진행하는 경우다. 일단 예금 명세 전체를 확인해 한국 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을 먼저 지급한다는 접근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예금 등에 대해 1엔에 2000원을 곱한 금액을 당사자나 유족에게 지급하고 있다. 둘째는 통장 정보를 확인한 예금주와 유족들이 “한일협정으로 개별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는 지난해 5월 한국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국 법원에 예금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다. 그 때문에 유초은행은 정보 일괄 제공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초은행은 유족이 개별적으로 제기한 정보 요청에는 “개별적으로 회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살아있다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낸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 최고재판소도 개인청구권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점을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일협정으로 조선인 노동자들이 재판으로 임금을 청구할 권리는 잃었지만, 일본 정부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채무를 변제하라고 판시했다”며 “유초은행의 견해는 일본 정부와 기업에 실질적 변제 의무가 있다는 판결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광주/정대하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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