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요코하마조선 초급학교 4학년 학생들이 4교시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1946년 개교한 이 조선학교는 가나가와현 당국의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다.
가나가와현 5곳 6000여만엔 끊겨
교원 월급 못받고 건보 해지 위기
학부모 부담 연 52만엔으로 급증
일 시민들도 “차별 중단” 모금운동
교사 “죄없는 아이들 왜 볼모 삼나”
교원 월급 못받고 건보 해지 위기
학부모 부담 연 52만엔으로 급증
일 시민들도 “차별 중단” 모금운동
교사 “죄없는 아이들 왜 볼모 삼나”
“영학이는 우리말 잘해요?”
김천혜(28) 교사가 1학년생 김영학(8)군에게 말을 건네니, 쑥스러운 듯 저만치 도망가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네, 잘해요.”
영학이가 속해 있는 일본 요코하마 조선초급학교 1학년 반 친구는 모두 11명이다. 아이들 대부분은 올해 4월 ‘우리학교’에 입학한 뒤부터 우리말 공부를 시작했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엔 말을 잘 못했지만, 6개월 정도 공부를 하고 나니 기본적인 듣기나 말하기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 중에는 아버지가 일본인인 사토진우도 있고, 아직 ‘조선적’을 갖고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한국 국적을 가진 아이들이다. 초급학교와 나란히 붙어 있는 가나가와 조선중고급학교 김용권 교장은 “아이들의 60%는 한국 국적이다. 여기선 북과 남을 가리지 않고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교실 뒷벽으로 눈길을 돌려보니, 영학이는 반듯한 우리말로 “무엇을 그릴까, 동무 얼굴 그리자”며 같은 반의 지태와 상우와 유라의 얼굴을 그려놓았다.
1946년 개교 이후 70년 가까이 민족교육을 맡아온 요코하마시의 조선학교들이 절체절명의 생존 위기에 몰렸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가나가와현과 그 밑의 기초지자체인 요코하마시가 1982년부터 30여년째 지급해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탓이다. 가나가와현에 있는 5개 조선학교가 올 들어 받지 못한 보조금 총액이 6374만2000엔(약 6억9000만원), 요코하마시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은 254만3000엔에 이른다. 더욱이 요코하마시는 지난 10일 시 조례인 ‘사립외국인학교 보조금 교부 요강’을 개정해 “국제정세를 고려해 시장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외국인학교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북핵과 미사일 발사 등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사실상 조선학교 ‘탄압’에 나선 것이다. 학교 운영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보조금을 받지 못한 탓에 이곳 교원들은 벌써 2~3달치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피진 가나가와조선학원 이사장은 “선생님들이 건강보험료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곧 보험이 해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나가와현의 조선학교 차별에 대해선 일본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상당하다. 일본인 자원봉사자들은 조선학교를 도우려 ‘무지개다리 기금’을 만들어 모금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엔 2만8000명의 서명을 받아 시에 제출했고, 서명운동을 계속해 2만명 정도의 서명을 추가로 모은 상태다. 이들이 만든 팸플릿을 보면 “재일조선인들은 일본인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 교육에 대한 지원에선 그 처우가 전혀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일본 사립학교에 다니는 한 아이가 받는 보조금은 42만8138엔인데, 조선학교 아이들의 보조금은 3분의 1 수준인 14만1255엔이다. 그나마 이제 보조금이 폐지돼 조선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면 부모들은 1년에 52만엔의 부담을 져야 한다.
김 교사는 “우리 민족을 지키려고 지금도 부모님들이 너무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고 말했다. 피진 이사장도 “나라끼리 부딪히는 복잡한 문제는 나라끼리 협상해 해결해야지 아이들을 볼모로 삼으면 안 된다”며 “결국 조선학교를 다 없애겠다는 말이냐”고 따지듯 되물었다.
요코하마/글·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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