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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왕에게 감히 편지를?…돌맞는 ‘개념 의원’

등록 2013-11-01 19:55수정 2013-11-01 22:29

배우 출신의 참의원 의원 야마모토 타로(38·무소속)
배우 출신의 참의원 의원 야마모토 타로(38·무소속)
연예인 출신 반핵론자 야마모토
산책 나온 일왕에게 편지 전달
원전 복구 노동자 문제 호소
일본사회 ‘무엄하다’ 비난전
‘개념 연예인’ 출신 정치인의 무엄한 오버?

10월31일 오후 2시 도쿄 아카사카교엔(왕실 정원). 화창한 가을을 맞아 가을 원유회(나들이)에 나선 일왕 부부가 이날 정원에 모여든 이들과 정담을 나누며 걷고 있었다. 그런 일왕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편지를 건넨 뒤 10여초 정도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광경을 불편하게 바라보던 시종장이 당황한 듯 편지를 일왕에게서 건네받아 자신의 양복 안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일왕에게 편지를 건넨 이는 유명한 배우 출신의 참의원 의원 야마모토 타로(38·무소속·사진). 그는 이후 편지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사고로 발생한 건강 피해, 복구 작업에 나선 이들의 가혹한 노동환경 등을 호소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튿날 일본 사회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게 달아올랐다. 1일 참의원의 의원운영위원회가 소집돼 야마모토 의원에 대한 청취 조사를 실시했다. 또 여당인 자민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잇따른 선거 참패로 자숙하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까지 야마모토 의원에 대한 비난전에 가세했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의원 사임에 해당하는 일로 결코 간과해선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인들 절대다수가 국가의 상징으로 여기며 신성시하는 일왕에게 편지를 건넨 행위를 ‘무엄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일본 헌법의 1~8조가 일왕의 지위를 규정한 조항일 정도로 현대 일본에서도 일왕은 여전히 국가의 중심이자 근본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에선 국정에 간여하는 게 헌법(4조)으로 금지된 일왕에게 원전 사고 관련 편지를 건넨 행위가 일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참의원 위원회에 불려가 상황 설명을 마친 야마모토 의원은 이번 행동이 ‘천황의 정치 이용이 아니냐’는 질문에 “규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편지를 건넨 것은 사실이므로 위원회의 처분을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당신들과 언론이 이렇게 소동을 벌이니까 정치에 이용되는 것이지, 현장에서 이를 본 사람은 몇명 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야마모토 의원은 1991년 데뷔한 배우로 2004년 <엔에이치케이>(NHK) 드라마 <신센구미>, 설경구 주연 영화 <역도산> 등에 출연했다. 그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뒤 반핵 운동에 뛰어들어 2012년 12월 정치단체 ‘신당 지금은 혼자’를 만들어, 반핵과 반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등을 정책 이슈로 내걸어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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