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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시리즈 우승 주역 다나카 지진피해 주민들 희망 낚았다

등록 2013-11-04 19:22수정 2013-11-04 20:54

6차전 160개 공 던지고도
최종전 마무리 등판 세이브
도호쿠 주민들 축제 분위기
3일 오후. 일본 프로야구 일본시리즈의 7차전 7회초 3-0으로 앞선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불펜에 등번호 18번이 등장하자 운동장의 분위기가 한층 더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도호쿠(일본 동북 지방) 사람들의 희망인 ‘마군’ 다나카 마사히로(25·사진)다.

“설마 또 나오는 거야?”

라쿠텐의 홈구장인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케이(K)스타 미야기’를 가득 채운 관중들도, 텔레비전 앞에 모인 시청자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이날은 다나카의 등판을 기대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 정규 시즌에서 24승 무패를 기록한 ‘불패의 사나이’지만, 전날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6차전에 나서 무려 160개의 공을 던진 뒤 완투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회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마운드로 걸어 올라간 투수는 다름 아닌 굳은 표정의 다나카였다. 몸상태 탓인지 공의 위력이 평소 같지 않았다. 그는 9회에 두개의 안타를 내주며 2사 1·3루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창단 9년 만에 라쿠텐의 첫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다나카가 손을 번쩍 들고 포수 시마 모토히로와 부둥켜안았다.

경기가 끝난 뒤 다나카는 “어제는 형편없는 피칭을 했기 때문에 나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나간다는 기분으로 준비했다”며 “도호쿠 여러분들 앞에서 감독을 헹가래 칠 수 있어 기쁘다.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주니치 드래건스 시절 선동열 기아 타이거즈 감독의 스승이었던 호시노 센이치 라쿠텐 감독은 경기 막판 그를 투입한 이유에 대해 “우리 팀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다나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경기를 끝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도호쿠 주민들도 이날 승리를 축하하며 재해 복구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센다이시의 가설주택 단지에서 살고 있는 오토모 도에코(67)는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좋은 선수들과 강력한 타선을 가진 요미우리 같은 팀에 우리가 이겼으니까 우리들도 쓰나미 피해를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며 “힘을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일본 야구팬들의 관심은 ‘불패의 사나이’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에 쏠려 있다. 다치바나 요조 라쿠텐 사장은 우승이 확정된 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먼저 그가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적을 허용할 것인지는) 먼저 그의 얘기를 제대로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그가 지난해 라쿠텐과 재계약하며 가까운 미래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점 등을 들어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의에 빠진 도호쿠인들에게 짜릿한 기쁨을 선사한 다나카의 미국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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