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외무성 국제정보국장 기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전쟁시
미국 정보보호하기 위한 조처”
2005년 미국이 먼저 요구
아베정권서 추진 급물살
미, 2+2회의서 입법 노력 환영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전쟁시
미국 정보보호하기 위한 조처”
2005년 미국이 먼저 요구
아베정권서 추진 급물살
미, 2+2회의서 입법 노력 환영
일본 아베 정권이 비밀보호법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해 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강한 입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의 영토문제> 등의 저서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마고사키 우케루 전 외무성 국제정보국장은 4일 일본 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적기) 기고문에서 최근 일본 사회의 최대 현안인 비밀보호법은 “일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미국의 요구에 의해 제정된 것”이라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전쟁을 할 경우 미군의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려는 게 이 법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신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군사적으로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이르는 말이다.
마고사키 전 국장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비밀 보호 강화 조처를 요구한 것은 2005년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 이하 2+2회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지난 8년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목을 맨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서면서 구체적인 입법 조처가 시행됐다는 것이다.
이 법의 제정에 결정적인 분수령이 된 것은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에 ‘환영’ 태도를 밝힌 지난달 3일 2+2회의였다. 당시 공동발표문을 보면, 미국 정부는 정보보안을 두 나라 동맹관계의 ‘사활적 요소’라고 강조한 뒤 “정보보안을 한층 더 확실히 하는 법적 구조를 구축하려는 일본 정부의 진지한 대응을 환영하고 더 긴밀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적시했다. 마고사키 전 국장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 자위대는 미국을 지키는 용병과 같이 쓰이게 된다. 이 경우 미군과 비슷한 수준의 비밀 보호 장치가 요구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비꼬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현재 미국 정부가 세계를 상대로 저지른 광범위한 도청 행위에 대해 세계 각국이 항의를 하고 있지만 일본은 항의는 고사하고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며 “그도 모자라 아베 정권은 미국을 위한 비밀보호법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안보상의 기밀을 지키려면 이 법이 꼭 필요하다는 아베 정권의 주장과 달리 현재 일본에선 이 법을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은 편이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법안에 반대하는 여론이 50.6%로 찬성 35.9%보다 훨씬 많다. 또 이 법을 12월 초에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 때 통과시키려 하지 말고 신중하게 심의를 하자는 의견이 절대다수인 82.7%에 이른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정부가 지정한 특정기밀의 내용을 누구도 확인할 수 없어 자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고, 법원 등 제3자가 이를 감시할 수도 없다며 이 법이 만들어지면 국민의 알권리가 심대하게 제약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고사키 전 국장은 “세계는 비밀을 강화하기보다 우발적인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대국에 자신의 (군사적) 능력이나 의도를 정확히 알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일본에 필요한 것은 비밀보호가 아니라 정보공개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글을 마쳤다. 본문 26조로 구성된 비밀보호법안은 7일부터 중의원 심의에 들어간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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