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로작업 준비’ 제1원전 르포
크레인 설치 이달중순 연료봉 방출
4호기 작업에만 1년 정도 걸려
노심 녹은 1~3호기 폐로 엄두 못내
도쿄전력은 “위험관리 철저” 강변
크레인 설치 이달중순 연료봉 방출
4호기 작업에만 1년 정도 걸려
노심 녹은 1~3호기 폐로 엄두 못내
도쿄전력은 “위험관리 철저” 강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안에 자리한 핵연료봉 저장 수조는 음울한 체렌코프의 빛(사용후 핵연료봉을 저장한 수조에서 나오는 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사고 수습을 맡고 있는 도쿄전력은 이달 중순부터 이 안에 잠겨 있는 핵연료봉을 방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30~40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기약 없는 폐로 작업에 돌입한다.
7일 주일 외국 특파원 공동취재단을 맞이한 원전 주변은 황량한 죽음의 땅 같았다. 사고 뒤 2년8개월 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거리마다 잡초가 무성했고, 가게들은 부서진 채 파편들과 함께 방치돼 있었다. 원전에서 20㎞쯤 떨어진 곳에서 시간당 3~4μ㏜(마이크로시버트)를 가리키던 방사능 측정기는 4호기 안으로 들어서자 무려 300μ㏜를 넘어섰다. 이어 찾아간 3호기 옆 해안의 방사능 수치는 무려 820μ㏜까지 치솟았다.
4호기 건물에서 사고 당시 발생했던 수소 폭발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도쿄전력이 수소 폭발로 날라간 건물 윗부분을 정리하고, 외부를 철판으로 둘러싼 탓이다. 저장 수조 위엔 연료봉 반출을 위한 크레인이 설치돼 있고, 작업원들은 분주히 작업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수조 안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4개의 원자로 가운데 가장 많은 1533개의 연료봉이 잠겨 있다. 이 가운데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사용 후 연료봉’의 수는 1331개로 집계된다.
작업원들은 크레인을 이용해 핵연료봉을 22개씩 한 묶음으로 전용 용기에 담은 뒤 지상의 트레일러로 옮기게 된다. 이후 이 연료봉들은 원자로에서 100m 떨어진 ‘공유 풀’이라는 지상 저장소로 운반된다. 이 작업을 끝내는 데도 1년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폐로 작업의 시작에 불과하다. 원자로 안에서 노심용융(핵연료가 녹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현상)이 일어난 1~3호기의 경우 폐로 작업을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2호기의 격납용기 주변에는 불과 몇분 안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매시간 70㏜(시버트)의 고선량 방사능이 측정된다.
도쿄전력은 원전의 위험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문제를 일으켰던 오염수 정화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가 이달 중순부터 본격 가동돼 2015년 3월까지는 오염수 처리를 마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노 아키라(54) 후쿠시마 제1원전소장는 인터뷰 내내 “(연료봉 제거 작업 등에 대한) 주변의 걱정이 있지만 위험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종류의 일을 많이 해봤고, 안전한 상황에서 수행 가능하다”고 되풀이 말했다. 일본은 계속 안전을 강조하지만, 뭔가 더 불안해지는 느낌은 사고 이후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후쿠시마·도쿄/후쿠시마 제1원전 공동취재단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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