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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평화의 항해 30년…친환경 크루즈로 세계인 만난다

등록 2013-11-10 19:16수정 2013-11-11 11:01

9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간나이홀에서 열린 피스보트 30주년 기념행사에 나온 요시오카 다쓰야 공동대표(왼쪽)가 2018년까지 건조할 계획인 친환경 크루즈선을 소개하고 있다. 가운데 선 이는 이 배의 건조 책임자인 안드레스 모리나 마르티, 오른쪽은 선박 디자이너인 하이메 올리베르다. 이 배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채택해 같은 급의 크루즈선에 견줘 1년에 1만3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9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간나이홀에서 열린 피스보트 30주년 기념행사에 나온 요시오카 다쓰야 공동대표(왼쪽)가 2018년까지 건조할 계획인 친환경 크루즈선을 소개하고 있다. 가운데 선 이는 이 배의 건조 책임자인 안드레스 모리나 마르티, 오른쪽은 선박 디자이너인 하이메 올리베르다. 이 배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채택해 같은 급의 크루즈선에 견줘 1년에 1만300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일본 NGO ‘피스보트’ 창립 30돌

1983년 일 역사문제 알리려 첫 출항
53번 세계일주 포함 80여번 항해해
지구 곳곳에 평화·반핵 메시지 전달
풍력·태양광 쓰는 크루즈 건조 나서
“원자력발전소를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은 뭘까요? 사고가 터지면 원전에 찬성했던 정치가, 관료, 전력회사 간부 등을 결사대로 내보내는 겁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평화 엔지오(NGO)인 피스보트의 3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9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간나이홀. 야스쿠니신사 연구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의 익살스런 주장에 곳곳에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쟁과 원전 등 인류 사회의 병폐를 없애려면 그 속에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차별’이 제도화돼 있음을 알아야 하고,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그 차별의 구조를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다카하시 교수가 강조한 평화와 탈핵은 올해로 30돌을 맞은 피스보트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1983년 세계 평화를 위해선 직접 배를 타고 세계인들과 만나 대화해야 한다고 믿었던 일본 젊은이들이 있었다. 이들의 항해는 지난 30년 동안 이어져, 53번의 세계일주를 포함해 80여번의 항해를 마쳤다. 이 기간 동안 피스보트가 기항한 세계 곳곳의 항구는 180여곳, 여행을 함께하며 평화를 염원한 세계 시민은 5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2005년부터는 한국의 환경재단과 함께 ‘피스 앤 그린’ 보트도 띄우고 있다.

처음 피스보트가 시작된 계기는 1982년 ‘교과서 파동’ 등 역사 문제였다. 그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다’는 기술을 ‘진출했다’로 고치면서 우경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항의와 성찰이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피스보트의 활동 범위는 평화, 반핵, 헌법수호, 재해구호 등 전방위로 넓어졌다. 2008년엔 전쟁 금지를 못박은 일본 헌법 9조를 지켜야 한다는 ‘9조세계회의’, 3·11 동일본 대지진 이듬해인 2012년엔 ‘탈원전세계회의’를 개최했다. 그와 함께 대지진 이후엔 ‘피스보트 재해 자원봉사센터’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일본 국내와 해외의 자원봉사자들을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를 중심으로 한 재해 지역과 연결하고 있다.

이날 피스보트는 미래 30년을 위한 친환경 크루즈 건조라는 대담한 계획을 내놓았다. 이날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요시오카 다쓰야 공동대표는 “30년 동안 피스보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의 덕”이라고 인사한 뒤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배보다 친환경적인 피스보트를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30년 전 첫 항해에 나섰던 피스보트의 원년 멤버기도 하다. 피스보트가 이날 밝힌 계획을 보면, 새로 만들어지는 배는 길이 224m, 너비 31m, 총 배수량 5만t의 대형 크루즈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적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이 배는 같은 성능의 크루즈에 비해 1년에 1만3000t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 배의 디자인을 맡은 스페인의 유명 선박 디자이너인 하이메 올리베르는 “고향인 산세바스티안의 해안에서 빈사 상태로 누워 있던 고래가 다시 삶을 찾아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배는 30년 전 피스보트의 첫 항해가 시작된 요코하마에서 2018년 새로운 평화의 메세지와 함께 다시 한번 긴 여행에 나설 예정이다.

요코하마/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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