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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고이즈미 “아베, 탈원전 결단을”

등록 2013-11-12 20:16수정 2013-11-12 22:55

“민의 읽고 올바른 길 가야”
탈핵 위한 신당설 등은 일축
“겨우 수천년 전 피라미드에서 나온 문자도 제대로 모르는데, 10만년 뒤 후손들에게 ‘여긴 위험하니까 파지 말라’는 말을 어떻게 전하겠습니까.”

12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일본기자클럽 9층 대회의실. 2006년 퇴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입을 열면 웃음소리가 장내에 번졌다. 오랜 시간 정계를 떠나 있었지만 복잡한 문제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고이즈미식 촌철살인엔 변함이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최근 탈핵 주장으로 일본 정치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350여명의 취재진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날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달 14일 자신의 탈핵 주장을 비난한 <요미우리신문>의 사설을 언급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요미우리가 내가 탈핵 주장을 할 뿐 대안 제시가 없다고 비난했는데 원전 문제는 넓고, 깊고, 복합한 문제라 한 개인이 대안을 내놓을 수 없다”며 “그래서 국가가 탈핵으로 방침을 정하면 관료와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해결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는 탈핵 결심의 결정적 계기로 꼽은 핀란드의 온칼로 처분장 방문 경험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온칼로 처분장은 수도 헬싱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을 날아간 뒤, 해안에서 배를 타고 다시 10~20분을 들어간 섬의 지하 400m 아래에 있었다”며 “핀란드는 암반으로 된 나라지만 일본에서 400m를 파면 온천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 처분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나보다) 훨씬 더 낙관적이고 무책임한 이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연대설’이나 탈핵을 위한 ‘신당설’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가 생각하는 방식은 자민당의 틀 안에서, 자신이 발탁한 아베 신조 총리의 결단에 의한 탈핵의 길이었다. 그는 자신이 2005년 추진한 우정민영화의 예를 들어가며 “당시는 정책 추진이 너무 어려웠지만 현재는 야당 모두가 탈원전에 찬성 태도라 총리만 결단하면 된다”며 “이런 소중한 기회를 살려 국민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민당에도 “당내에서 원전 찬반에 대한 의견을 모아 아베 총리가 결단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지금은 정치가 민의를 읽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어찌 보면 고이즈미 전 총리의 탈핵 주장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을 향한 ‘애틋한 연애편지’로 읽힌다.

고이즈미는 야스쿠니신사나 대중국 관계에 대해선 재임 시절의 강경·보수 견해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일본은 미국과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다른 국가들과도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내 뒤로 아무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못했지만 그렇다고 대중관계가 좋아진 게 있느냐”고 물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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