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이사하야 방조제 싸고 갈등
법원 ‘어업 위해 개방’ 판결 3년뒤
‘농지 피해…열지 마라’ 엇갈린 결정
법원 ‘어업 위해 개방’ 판결 3년뒤
‘농지 피해…열지 마라’ 엇갈린 결정
열 수도 없고, 닫을 수도 없고….
일본 정부가 규슈 아리아케해에 만들어진 이사하야 방조제의 수문 개방 여부로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나가사키 지방재판소가 12일 “방조제의 수문을 열면 간척지 농민들이 받는 피해가 크다”며 수문을 열지 않게 해달라는 농민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수문을 열라는 기존 판결을 뒤집은 탓이다.
이사하야 간척사업이란 일본 정부가 1997년부터 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큰 아리아케해의 일부를 간척해 대규모 농지(전체 면적 9.42㎢)를 조성한 사업을 뜻한다. 일본 정부는 방조제를 건설하고 그 안쪽을 농업용수를 공급할 담수호로 만들었다.
그러자 뜻밖의 문제가 발생했다. 방조제 건설로 물의 흐름이 막히고 갯벌이 사라져 방조제 밖 어민들의 어획고가 급감한 것이다. 어민들은 방조제 건설로 피해가 크다며 공사 중단과 수문 개방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그러면 방조제 안의 담수가 해수와 섞여 농업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며 맞섰다. 방조제 건설이라는 공공사업을 두고 농민과 어민의 이해가 정면충돌하는 전형적인 환경 갈등으로 발전한 셈이다.
결국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먼저 어민들이 2002년 정부를 상대로 사가 지방재판소에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어민들의 요청이 1심에서 받아들여져 공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결국 2007년 11월 방조제가 완성됐다. 그러자 어민들은 2008년 6월엔 방향을 바꿔 방조제의 수문을 열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후쿠오카 고등재판소는 2010년 12월 “3년 안에 5년간 수문을 열라”며 어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2심 판결이 확정되자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다. 그에 따라 다음달 20일부터 5년간 수문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자 간척지 농민 460여명 등이 2011년 4월 나가사키 지방재판소에 이 판결의 집행을 막아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 그에 대해 나가사키 지방재판소가 12일 “갑문을 열면 해수가 들어와 영농 활동이 불가능해지는데, 갑문 개방으로 어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별로 크지 않다”며 이전 판결을 뒤집고 수문을 열지 말라는 농민들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정부가 서로 모순되는 두 개의 판결 앞에서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12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이 경우 어떤 판결을 따라야 하는지 규정이 없어 너무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난감해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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