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폐로작업까지 수년 걸릴 듯
일본 도쿄전력이 18일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에서 핵연료봉 4개를 제거하며 기나긴 폐로 작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도쿄전력은 이날 오전 9시50분부터 핵연료봉 제거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시작해 오후 3시18분께 핵연료봉 저장수조에 보관된 핵연료봉 1개를 꺼내 특수 저장용기에 집어넣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후 오후 6시45분까지 이날 작업 분인 핵연료봉 4개를 제거하는 작업이 마무리됐다.
수조 안에 설치된 저장용기에 22개의 연료봉이 가득 차면 이 용기를 크레인을 이용해 건물 밖에 대기하고 있는 트럭으로 옮긴 뒤 100m 정도 떨어진 지상 수조로 옮기게 된다. 도쿄전력은 202개인 미사용 연료봉을 먼저 처리한 뒤 고선량의 방사능을 내뿜는 사용후 핵연료 1331개를 제거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후 핵연료가 떨어지는 등의 불상사가 발생하면 다시 한번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도쿄전력은 이 작업을 끝내는 데 앞으로 1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4호기는 그나마 폐로 작업이 가장 쉬운 원자로로 꼽힌다. 4호기는 사고 당시 정기검사를 받고 있던 덕분에 원자로에 핵연료가 없어 노심용융(핵연료가 고온을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리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도 폐로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노심용융이 일어난 1~3호기의 녹아내린 핵연료 회수라고 지적했다. 같은 노심용융 사고인 1979년 미국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 땐, 원자로에 물을 채워 방사선을 차단해가며 수거했다. 그러려면 원자로에서 물이 새는 곳을 찾아야 하는데, 후쿠시마 원전에선 지금까진 1호기에서 겨우 2군데를 찾았을 뿐이다.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는 기술은 이제부터 도쿄전력이 개발해야 한다.
도쿄전력은 1~4호기 저장수조에서 핵연료 빼내는 데 1720억엔(약 2조원), 노심용융된 1~3기 핵연료 빼내는 데는 그보다 훨씬 많은 2630억엔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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