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을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이 구역을 통과하는 항공기에 대해 비행계획을 사전 제출하도록 요구함에 따라 일본 민간항공사들이 비행계획을 제출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비행계획을 제출할 필요가 없으며 앞으로는 제출하지 말라고 항공사들에 통지했으나, 안전을 우려하는 항공사들은 계속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항공(JAL)은 대만과 홍콩 정기편에 대해 23일부터 중국 당국에 비행계획을 제출했다. 일본항공 쪽은 “안전이 제일이다. 중국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일본공수(ANA)도 24일부터 비행계획을 제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타 아키히로 일본 국토교통상은 2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해당 구역을 비행하는 항공기에 대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겠다는 뜻을 중국 정부에 통보했으며, 일본 항공사들에도 그런 방침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항공사들의 판단은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비행계획 제출은 필요없는 의무이고, 앞으로는 일본 항공사들이 비행계획을 제출하지 않도록 통지했다”고 말했다고 <후지TV>가 전했다. 그러나 <니혼TV>는 “국제 규정은 비행계획 제출을 정부가 강제로 막을 수 없게 돼 있다”며 “항공사들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한 계속 제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대만 교통부도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민간 항공기의 비행 계획을 23일부터 중국에 통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국토교통부 당국자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검토하고 주변국 반응을 보고 있지만, 아직은 하던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국 민항기가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 진입 과정에서 중국이 요구하는 조건 등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에는 “상황과 위협 수준에 따라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중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도쿄신문>은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일본 정부가 주일미군에 제공하고 있는 훈련구역과 폭격장 등 3곳이 들어가 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중국군의 유력자인 뤄위안 소장이 지난 2월 <환구시보>에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일본만의 특권이 아니다. 중국도 설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9개월 전에 준비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남구 노현웅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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