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 5일 통과…본회의선 미뤄져
시민 6000여명 “폐기” 요구하며
국회 둘러싸고 인간띠잇기 시위
아사히, ‘정보통제국’ 기획 연재
통과땐 “비밀 공개” 요구도 처벌
시민 6000여명 “폐기” 요구하며
국회 둘러싸고 인간띠잇기 시위
아사히, ‘정보통제국’ 기획 연재
통과땐 “비밀 공개” 요구도 처벌
“특정비밀보호법이 만들어지면 자료의 존재 자체를 감출 수 있습니다. 그럼 진상 규명을 요구할 수도 없게 되지요.”
일본 오키나와현에 사는 시마부쿠 쓰토무(53)가 맏아들 히데요시를 잃은 것은 7년 전인 2006년 11월이다. 그때 아들은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육상자위대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달려온 가족한테 부대에선 “대원이 훈련하다 쓰러져 숨졌다”고만 말했다.
이런 설명을 이해할 수 없던 가족은 2007년 방위성에 사고 전모를 확인할 수 있는 ‘공무재해발생보고서’의 공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손에 받아쥔 건 부상의 원인, 의사의 진찰 소견 등 핵심 정보는 물론이고 ‘히데요시’라는 이름마저 가려진 먹줄투성이 문서였다. 정보가 공개되면 “국가 안보에 해가 된다”는 게 이유였다. 다행히 가족은 아카미네 세이켄 공산당 의원의 도움으로 2010년 8월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국가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특정비밀보호법이 시행되면 일본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적기)는 5일 발행한 ‘일요판’에서 “자료의 존재 자체를 알 수 없게 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이 법이 제정되면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법 통과 이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민들의 삶의 모습을 기획 연재물로 다루고 있다. 이에 따르면, 무엇이 특정비밀인지 알 수 없고, 알려고 하거나 주변에 권하는 것(선동)만으로도 죄가 돼 일본 사회가 거대한 정보 통제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신문은 구체적인 예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일하는 사람이 트위터에 현장 정보를 올리면 처벌될 수 있고, 통상 30년이면 비밀이 해제되는 다른 나라와 달리 60년이 지나도 비밀이 해제가 되지 않으며, 비밀정보 지정을 감시할 ‘제3자 기관’이 없어 정부가 마음대로 비밀을 지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밀을 공개하라고 집회에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은 5일 낮 12시부터 참의원 회관, 국회 정문 등에서 반대 집회를 열며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강행 통과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회기 안에 법을 성립시키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이후 참의원 국가안전보장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야당이 요구해 온 제3자 기관에 대해 “내각부 안에 20명 규모의 정보보전감찰실을 설치한 뒤 이를 국으로 승격해 독립성을 갖춰가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후 자민당-공명당 공동여당은 오후 4시께 참의원 특별위원회(우리의 상임위원회)에서 표결을 강행해 통과시켰다. 흥분한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까지 뛰어올라가 소리를 치며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 일본유신회 등 일부 야당은 법안이 충분한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이후 자민당-공명당은 밤 9시30분께 참의원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이시이 미도리 후생노동위원장의 해임 결의안 등을 제출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야마자키 마사아키 참의원 의장이 밤 10시40분께 본회의를 종료하고 6일 법안을 재상정하기로 했다. 법안은 지난달 26일 중의원을 통과했기 때문에 참의원 본회의만 통과하면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다. 자민당은 6일 끝나는 이번 임기회 회기를 며칠 늘리더라고 반드시 법을 성립시킨다는 계획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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