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요헤이(76) 전 일본 중의원 의장
한-일 관계 발전의 주춧돌 가운데 하나인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76·사진) 전 일본 중의원 의장이 “일-한 관계 발전을 위해선 진지한 연구와 논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 존중과 이해”라고 말했다.
고노 전 의장은 16일 도쿄 신주쿠구 와세다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 대학 한국학연구소 개설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일-한 두 나라는 너무나 가깝고 친근한 이웃이지만 꼭 극복해야 하는 여러 문제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 감정적이고 목소리 큰 주장만 통용되고 있지만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진지한 논의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직접적으로 1993년 5월 관방장관 재직 때 발표한 고노 담화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우익들이 주도하고 있는 담화 번복 시도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고노 전 의장은 당시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여러 문헌조사와 한국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과 군의 직접적인 강요를 인정하는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또 그는 현재 일본 사회에서 혐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현상을 염두에 둔 듯 “언론의 자유와 개인 행동의 자유가 보장돼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필요 이상으로 긴장도가 높은 발언이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발언들이 다수 일본인의 마음을 표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한 관계가 나빠지면 경제적 손실이 있고, 안보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그런 지적도 맞지만 그것이 일-한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는 아니다. 일본인과 한국인이 상호 신뢰하고 상대를 존경할 수 있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기대를 갖고 앞으로 연구소의 활동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한·일 두 나라의 저명인사들이 참석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