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가 제로센의 설계자인 호리코시 지로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관련 영화·애니·방송 등 줄이어
서적과 프라모델 판매도 증가세
영토분쟁·경쟁력 후퇴 반영된듯
서적과 프라모델 판매도 증가세
영토분쟁·경쟁력 후퇴 반영된듯
일본에서 태평양 전쟁 때 해군의 주력 함재기로 활약한 ‘제로센’ 열풍이 불고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격화하자 지난 전쟁에서 ‘일당백’의 활약을 한 제로센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제로센을 조종한 가미가제 특공대원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영원의 제로>가 21일 개봉한다. 개봉을 하루 앞둔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 영화의 원작자인 소설가 하쿠다 나오키의 인터뷰를 실었고, <산케이신문>도 이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오카다 쥰이치(33)가 실제 제로센 대원이던 야나기이 가즈오미(91)와 함께 가고시마 가노야의 옛 해군 비행장을 찾는 현장을 소개했다. 영화의 원작 소설은 39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도 18~19일 태평양 전쟁과 제로센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앞서 지난 7월엔 일본의 저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로센의 설계자인 호리코시 지로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사진)을 발표해 뜨거운 찬반양론이 일었다. 제로센 관련 전시관과 각종 서적이나 프라모델의 판매도 예년보다 느는 등 제로센 열풍이 확산되는 추세다.
일본 전문가들은 제로센에 대한 관심의 배경에 영웅을 바라는 심리가 투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로센 전문가인 야나기다 구니오(77)는 15일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의 국제경쟁력이 후퇴하고 있어, 많은 사람이 ‘일본도 부족하지 않다’는 무언가를 요구하는 심리가 강하다”라고 짚었다. 제로센은 비행거리와 속도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려 얇은 강판을 사용하는 등 조종사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한 기체였다는 점 따위를 들어 맹목적인 향수는 위험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미국인 1000명을 상대로 7~8월 벌인 ‘일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이를 보면, 유사시에 미국이 일본을 방어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미·일 안보조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들이 67%로 전년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를 꼽으라는 질문에선 중국(39%)이 일본(35%)을 앞섰다. 이는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심각해지자 이에 말려들고 싶지 않은 미국인들의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아사히신문>이 짚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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