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출 3원칙 개정 꼼수” 비판에
한국한테서 고맙단 소리 못듣자
“어떻게 정상회담 하겠나” 반응도
한국한테서 고맙단 소리 못듣자
“어떻게 정상회담 하겠나” 반응도
“이런 나라와 어떻게 정상회담을 하겠나.”
지난 24일 일본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남수단에 파병된 한국 한빛부대가 일본 육상자위대한테서 실탄 1만발을 긴급 지원받은 뒤 한국 정부가 보인 반응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한국군의 절박한 요청에 성의를 다해 신속한 지원을 해줬더니 고마움을 표현하기는커녕 뻣뻣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이 탄약을 “보충용으로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고,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일본 정부의 조처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이 두번이나 나왔는데도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자 일본 방위성은 이가와 겐이치 남수단 파견시설대장(대령)과의 화상통화 장면까지 공개하며 반박했다. 방위성 쪽은 “한국군에서 ‘1만5000명의 피난민을 지키고 있는데 주변엔 적들뿐이다. 탄약이 부족하다. 탄약을 1만발만 빌려주지 않겠냐’는 요청을 했다”며 “한국군 부대장이 이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일본 정부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탄약 제공으로 한-일 관계 회복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애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무기수출 3원칙’을 개정하려고 꼼수를 쓴다는 비판만 받을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23일 탄약 지원을 결정하며 내놓은 담화를 보면 “한국군이 보유한 소총에 사용 가능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일본 자위대뿐”이라고 했지만, 한국에서는 “자위대뿐 아니라 미군한테서도 수천발의 탄약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아사히신문>이 25일 짚었다. 아베 신조 정권이 별로 긴급하지도 않은 한국 정부의 요청을 핑계삼아 ‘무기수출 3원칙’ 폐지를 향해 한발 더 나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본 공산당의 이치다 다다요시 서기장도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적극적 평화주의의 이름으로 자위대의 해외파병과 해외에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위험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번 조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낌새를 보이자 일본 정부가 ‘무기수출 3원칙’에서는 이런 탄약 지원 조처를 앞으로도 용인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5일 보도했다. 부대 철수와 관련해선 일부 언론들이 유엔 남수단 파견단(UNMISS)에 배치된 육상자위대를 철수시키는 문제도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25일 오후 아베 총리와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관계각료회의에서 “수도 주바의 치안 상황은 아직까지 안정돼 있다는 이유로 (자위대가 해오던) 피난민에 대한 의료와 급수 활동을 계속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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