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일본 도쿄 문부과학성 앞에서 조선대학 학생들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운영하는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항의하는 ‘금요행동’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장 l 조선대생 7개월째 ‘금요행동’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제외에
인근지역 포함 1600명 몰려
“법적투쟁 후배 위해 행동 나서”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제외에
인근지역 포함 1600명 몰려
“법적투쟁 후배 위해 행동 나서”
“얼마나 소리쳐야 충분할까요?/…/계속해 무시돼 온 소리가 있습니다.”(<소리여 모여라, 노래여 오너라>)
지난 20일 오후 5시께.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은 일본 도쿄 관청가 가스미가세키의 문부과학성 건물 앞에선 한국어와 일본말이 뒤섞인 분노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곳에선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항의하는 조선대학(이하 조대·총련이 운영하는 대학) 학생들의 항의집회인 ‘금요행동’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은 올해 마지막 금요행동이었기 때문에 도쿄뿐 아니라 인근 가나가와현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와 16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가 됐다. 지난 5월31일 조대 학생 몇몇이 처음 시작한 금요행동이 총련계 동포사회를 하나로 묶는 커다란 흐름으로 바뀐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조대 4학년생 원금실(21)씨는 금요행동을 처음 열게 된 이유에 대해 “후배들이 무상화 결정 취소를 위한 법적 투쟁에 직접 원고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선배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회장에서 만난 조대생들은 이 투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사연과 이유들을 털어놨다. 할아버지의 고향(경북 성주군)이 그대로 이름이 됐다는 김성주(21)씨도 금요행동을 주도해 온 조대 4학년생이다. 그는 “고급부(고교) 3학년 때인 2009년 일본 (우익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내가 조선학교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휘두른 칼에 팔을 다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차별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떳떳하게 (일본 사회에서) 조선 사람으로 인정을 못 받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다나카 히토시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가 고교 무상화 적용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하는 등 국가가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현실이 ‘조선인을 죽여라’는 구호가 난무하는 민간의 혐한 시위 등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 무상화 제외는 차별’이라고 규정한 지난 5월 유엔(UN) 사회권규약위원회 등의 지적에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는 한 조선학교를 지원할 순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조대생 류경미(21)씨는 이에 대해 “우리는 학교에서 반일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 해야 한다는 ‘반일제’ 교육을 받을 뿐이다. 학교는 늘 우리에게 일본인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송일(21)씨도 “(핵과 미사일 등의 문제는) 일본이 식민지 청산을 올바로 하지 않아 공화국(북한)과의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 책임을 학생들에게 물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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