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카와 모리히로(75) 전 총리
도쿄도지사 보궐선거 출마 검토
1993년 자민당 장기집권 해체 주역
고이즈미와 ‘탈핵’ 연대 추진
성사땐 ‘아베 중간평가’ 성격 커져
승리하면 야권재편 급물살 탈수도
1993년 자민당 장기집권 해체 주역
고이즈미와 ‘탈핵’ 연대 추진
성사땐 ‘아베 중간평가’ 성격 커져
승리하면 야권재편 급물살 탈수도
호소카와 전 총리가 일본의 ‘탈핵’을 위한 결단을 내릴까?
1993년 일본 자민당의 장기 독재체제를 깨뜨린 호소카와 모리히로(75·사진) 전 총리가 2월9일 치러지는 도쿄 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에서 전직 총리가 중요 국면에서 막후 조정에 나선 적은 많지만, 선거 출마 등 정치 전면에 나서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9일 호소카와 전 총리 주변에 있는 복수 관계자의 말을 따서 “호소카와 전 총리가 탈핵 실현을 위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며칠 안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호소카와 전 총리가 주변에 “입후보를 할지 말지는 반반이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호소카와의 측근들은 그가 출마를 결심할 때를 대비해 선거사무소와 자금 등의 준비를 끝낸 상태로 전해졌다.
호소카와 전 총리가 이례적인 출마를 고민하는 배경에는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원전 정책을 멈춰야 한다는 사명감이 큰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소카와 주변의 한 관계자는 그가 최근 “아베 정권의 에너지 정책은 국가를 잘못된 길로 인도할지 모른다.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탈원전을 호소해야 한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탈핵을 전면에 내걸고 활발한 ‘강연 정치’를 하고 있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지지를 얻으려고 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만나 탈핵 실현을 위해 연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호소카와 전 총리 쪽에선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지지를 얻게 되면 단숨에 승기를 잡을 수 있으리라 전망하고 있다.
호소카와 전 총리의 출마가 현실화하면 이번 선거는 부패 혐의로 사퇴한 이노세 나오키 전 지사의 후임자를 뽑는 보궐 선거에서 ‘원전 정책’ 등 아베 정권의 민심 역주행 정책에 대한 ‘중간 평가’로 판이 커질 전망이다. 호소카와 전 총리가 승리하면 단숨에 자민당 1당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대항 세력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는 야권의 개편 작업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유력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에서도 호소카와 전 총리의 소속 정당이던 일본신당 출신인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를 통해 출마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출마 의사를 표명한 인사로는 진보 진영에선 우쓰노미야 겐지(67) 일본 변호사연합회 전 회장, 보수에선 스에조에 요이치(65) 전 후생노동상과 다모가미 도시오(65) 전 자위대 항공막료장 등이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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