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호소카와 모리히로(앞 왼쪽) 전 총리가 14일 ‘탈핵’을 기치로 고이즈미 준이치로(앞 오른쪽) 전 총리와 연대하기로 했다며, 도쿄 도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두 전직 총리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 /교도 연합뉴스
호소카와·고이즈미 연대
다음달 9일 도쿄도지사 선거전
1993년 자민당 장기집권 무너뜨린
총리 출신 거물 출마에 야권 반색
도쿄지사 당선땐 정계개편 핵으로
오키나와 나고시 선거도 자민 열세
다급해진 아베, 외유중 야권 견제
다음달 9일 도쿄도지사 선거전
1993년 자민당 장기집권 무너뜨린
총리 출신 거물 출마에 야권 반색
도쿄지사 당선땐 정계개편 핵으로
오키나와 나고시 선거도 자민 열세
다급해진 아베, 외유중 야권 견제
견제세력이 없는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 아베 정권의 눈앞에 예상치 못한 암초가 솟았다. ‘탈핵’과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이슈를 둘러싸고 도쿄도지사 선거 등 승산이 낮은 두번의 선거를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아베 신조 총리는 먼 아프리카 출장길에서까지 선거 관련 언급을 이어가며 야권을 견제하려 했다.
일본 정계의 ‘폭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은 새달 9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다. 애초 이번 선거는 부패 혐의로 물러난 이노세 나오키(67) 전임 도지사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 불과했다. 심심하던 선거판이 갑자기 활기를 띠게 된 것은 1993년 자민당의 장기독재체제(55년 체제)를 무너뜨린 호소카와 모리히로(75) 전 총리의 출마 전망이 흘러나오면서부터다. 설마 하던 이들의 예상을 깨고 호소카와 전 총리는 14일 고이즈미 준이치로(72) 전 총리와 전격 회동해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이날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일본은 여러 문제, 특히 원전 문제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도쿄가 원전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반드시 일본이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호소카와·고이즈미의 연합이 현실화함에 따라 자민당의 지지를 등에 업고 무소속으로 등판할 예정인 마스조에 요이치(65) 전 후생노동상을 상대로 낙승을 거둘 전망이다.
이번 선거는 도쿄도를 넘어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계 개편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를 ‘최고의 제자’로 부르며 애정을 쏟아왔다. 노다 정권 때 시행된 소비세 증세, 중의원 해산 등의 결정이 호소카와 전 총리와 상의한 뒤에 나온 것이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그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호소카와 전 총리가 대승을 거두면 민주당의 노다파와 탈핵을 중심으로 정계 개편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의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19일 치러지는 오키나와현 나고시장 선거다. 14일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이 내놓은 판세 분석을 보면, 미군기지 이전 반대파인 이나미네 스스무(68) 현 시장이 자민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스에마쓰 분신(65)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층의 80%가 이나미네 시장 지지로 돌아선 상태다. 이나미네 시장은 선거에서 이기면 시가 가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이전 공사를 막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로 인해 헤노코 이전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어색해진 미-일 관계가 한층 어색해질 수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자민당 내부에서는 “시가 거부하면 이(공사)를 가능하도록 법률을 만들면 된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호소카와·고이즈미 연대 소식에 자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오후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정책은 도쿄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과제”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를 지원하는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볼모로 원전을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아베 총리도 12일 방문지인 모잠비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림픽 준비 △수도 직하지진 대비 △보육소 대기 아동 문제 해결 등 “도지사직에 어울리는 과제를 논의해야 한다”며 호소카와 전 총리를 견제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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