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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오키나와 나고시장에 ‘미군기지 반대’ 후보 당선

등록 2014-01-19 21:19수정 2014-01-20 08:23

이나미네 스스무 현 시장
‘찬성파’ 스에마쓰에 4000표차 승리
후텐마 기지 역내 이전 반대 공약
오키나와 민심이 택한 것은 결국 ‘평화’였다.

일본 오키나와현 북동부 나고시에서는 19일 현 남서부의 주일미군 후텐마 기지를 나고시의 헤노코 해안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하는 시장선거가 치러졌다. 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이나미네 스스무(68·무소속·공산당 등 추천) 현 시장이 찬성파인 스에마쓰 분신(65·무소속·자민당 추천) 후보에게 승리를 거뒀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나미네와 스에마쓰 후보가 각각 1만9839표와 1만5684표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투표율은 76.71%를 기록했다.

이번 선거에 일본 전역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지난달 26일 오키나와현이 기지 이전을 전제로 나고시 헤노코 해안에 대한 정부의 매립 신청을 전격 승인했기 때문이다. 그 직후 치러지는 선거여서 현의 결정에 대한 시민들의 찬반을 묻는 의미가 더해졌다.

이번 선거가 이전 반대파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나고시뿐 아니라 미-일 관계,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 재배치 계획 등 지역 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 양국 정부가 지난해 4월 합의한 ‘오키나와 재일미군시설·구역에 관한 통합계획’을 보면, 2014년 한해 동안 현지 조사·설계를 마친 뒤 2015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2년에 기지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일정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이나미네 시장은 공사가 시작되면 10여개의 시 허가 권한을 이용해 최대한 공사를 막겠다고 말해왔고, 주민들의 공사 저지 운동도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시의 반대 의사를 꺾고 사업을 진행하려면 정부의 지시를 따르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뒤 이에도 응하지 않으면 기관간 권한쟁의 소송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이전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사정이 급박해지자 자민당은 선거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기울였다. 애초 양분돼 있던 찬성파 후보를 스에마쓰로 단일화시킨 데 이어, 16일엔 자민당의 실력자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이 직접 나고시를 방문해 500억엔의 ‘나고진흥기금’을 추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간사장은 “기금은 의료시설, 학교 신설, 나하시와 연결되는 철도 건설 등에 사용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나고 시민들은 평화를 택했다. 오키나와의 면적은 일본의 1% 남짓이지만, 주일 미군기지의 74%가 집중돼 있다. 게다가 오키나와현 지사와 자민당 출신 의원들이 공약을 깨고 이전 찬성으로 돌아서자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었다. 오키나와의 대형 호텔 체인인 가리유시그룹의 사장 다이라 조케이는 “(오키나와의 주산업인) 관광은 평화산업이다. 미군의 캠프 슈워브에는 2500명이 고용돼 있을 뿐이지만, 그 1.3% 면적에 불과한 우리 호텔에선 14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을 (경제) 진흥책이라 부르는 스에마쓰는 시대착오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나미네 시장도 “날마다 저공비행으로 소음을 일으키고, 위험한 오스프리(잦은 사고를 일으키는 미국의 수송용 헬기)가 날아다닌다. 이런 것들을 미래의 아이들에게 남길 것이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적기)는 19일 “헤노코가 후텐마 기지의 대체 시설이라고 말하지만 전보다 기지 기능이 더 강화되는 것”이라며 “계획을 보면, 헤노코에 1800m 길이의 활주로 2개 말고도 나가사키현 사세보에 배치된 상륙 공격함 보놈 리처드가 접안할 수 있는 길이 272m의 부두 시설도 만들어진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정권의 ‘현외 이전’ 정책에 간여했던 가와우치 히로시 전 민주당 의원 등은 아·태 지역의 미군 재편 계획을 분석하면 헤노코 기지는 굳이 필요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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