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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망언 회장’ 임명한 NHK 경영위는 ‘아베 낙하산 소굴’

등록 2014-01-28 14:02수정 2014-01-28 15:06

모미이 가쓰토 <엔에이치케이>(NHK) 회장
모미이 가쓰토 <엔에이치케이>(NHK) 회장
‘아베식 방송 장악’의 결과물인 모미이 가쓰토 <엔에이치케이>(NHK) 회장의 일본군 위안부 발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그를 임명한 경영위원회가 28일 정례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 기대를 거는 이는 많지 않다. 이미 지난해 11월 경영위원회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치 색깔이 일치하는 4명의 ‘낙하산 부대’가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면면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철학자인 하세가와 미치코 사이타마대학 명예교수가 눈에 띈다. 그는 우익. 개헌단체인 ‘일본회의’의 대표위원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이런 평소 소신을 드러내듯 지난해 4월30일 <산케이신문> 기고에서 “평화주의는 국가주권의 포기이다. 현행 헌법은 엉망인 헌법이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 기고에서는 그보다 한술 더 떠 “(남자는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여자는 집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성별역학분담은 포유류의 일원인 인간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저출산의 원인을 ‘남녀고용기회균등법‘(1972년 시행) 등 남녀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해 온 일본의 사회 정책 탓으로 돌렸다.

또다른 경영위원인 작가인 하쿠다 나오키는 해군 가미카제 특공대의 사연을 그려 400만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소설 <영원의 제로>의 저자다. 이 소설은 가미카제 특공대를 드러내고 찬양하고 있진 않지만, 소중한 젊은이들의 생명을 도구화한 가미카제 작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지도 않다. 이런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듯 그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2월9일 치러지는 도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막료장(우리의 공군참모총장)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다모가미 후보는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도지사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극우 후보로 분류된다. 그는 정치적인 공정성을 중시해야 하는 <엔에이치케이> 경영위원이 이 같은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쏟아진 여러 비난에 대해) 종합해 답변하겠다. 문제없다!!”는 회신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적기)는 “매우 질이 떨어지는 반론”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른 두명의 경영위원인 혼다 가쓰히코 일본담배산업 고문은 아베 총리의 초등학교 시절의 가정교사, 나카지마 나오마사 해양학원 중등교육학교장은 아베 총리와 가까운 재계 인사들의 모임인 ‘사계절의 모임’의 주요 멤버다. 최근 상황에 대해 일본 여권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 주변엔 그렇게 사람이 없냐”는 탄식이 쏟아지는 이유다.

‘어느 나라에나 전쟁중엔 위안부가 있었다’는 모미이 회장의 발언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자 하마다 겐이치로 경영위원회 위원장은 28일치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국가가 주장하는 것을 말하지(방송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미묘한 문제도 있다”고 에둘러 비판의 뜻을 밝혔다. 경영위원회는 28일 모미이 회장을 불러 소신 표명을 요청한 상태다. 일부 언론에선 퇴진을 포함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현재 위원회 구성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한편, <엔에이치케이>에는 모미이 회장의 발언에 대한 시청자들의 항의가 1000여건, 지지가 300~400건 정도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영위원회는 <엔에이치케이>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한국방송>의 이사회에 해당한다. 정원은 12명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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