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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경기회복’이냐 ‘탈핵’이냐…둘로 갈린 도쿄 민심

등록 2014-01-29 18:12수정 2014-01-29 20:53

다음달 9일 도쿄도지사 선거
자민당 마스조에, 호소카와에 앞서
‘고용·복지’ 등 54%·‘탈핵’ 14% 여론
“원전을 용인하는 정치가들은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 원전 근처에 사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을까요?”

2011년 3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가 터진 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에 살던 스즈키 히로코(33)는 도쿄도 도민이 됐다. 사고가 날 때 임신 7개월이던 스즈키는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아버지를 모시고 급히 도쿄로 피난을 떠났다.

도쿄에서 아이를 낳은 뒤 여름이 되자 스즈키는 일 때문에 후쿠시마에 남은 남편(38)을 찾아 이와키시로 돌아왔다. 그러나 두 아이의 엄마인 스즈키는 후쿠시마 생활을 장기간 이어갈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비를 들여 유치원에 다니는 큰 아이의 피폭량을 검사해보니 주변 아이들보다 수치가 높게 나온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28일치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2012년 3월 과감히 이와키시의 생활을 정리하고 도쿄 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스즈키는 도쿄에서 주말을 보내고 돌아가는 남편을 보고 아이들이 울어대는 바람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런 스즈키한테 2월9일 치러지는 도쿄 도시사 투표소정리권(한국의 선거 공보물)이 도착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탈핵을 내세운 후보를 뽑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가족이 겪어야 하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사회가 원전에 너무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스즈키의 고통에 공감하는 도쿄 시민은 아직 소수다. 선거 판세를 예상하긴 이르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자민당의 지지를 받는 마스조에 요이치(68) 전 후생노동상이 탈핵을 내세운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에 앞서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사히신문>이 25~26일 도쿄시민을 상대로 벌인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쟁점은 ‘경기와 고용’(29%)이었고, ‘의료와 복지’(25%)가 뒤를 이었다. 탈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은 14%에 불과했다. 탈핵의 시기도 ‘가까운 미래에 탈핵을 선택해야 한다’가 64%, 호소카와·고이즈미 전 총리의 주장대로 ‘즉시 탈핵’을 찬성하는 의견은 그 4분의 1인 15%였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탈핵보다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 셈이다.

야마자키 요코(66)도 스즈키처럼 이와키시에서 도쿄로 피난을 온 피난민이다. 그의 생각은 스즈키와 정반대다. 야마자키는 “원전 문제도 중요하지만 경기가 개선돼 (나 같은) 연금 생활자가 안심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마자키의 남편(72)은 다리에 인공 뼈를 넣고 있어 일을 할 수 없고, 고향의 집은 지난 지진에 무너져 갈 곳이 없는 처지다. 야마자키 부부는 부인이 아르바이트로 버는 10만엔에 약간의 연금을 더한 돈으로 한달을 버티고 있다. 야마자키는 “지금도 매달 전기료가 1만엔 정도 나오는데 원전을 중단하면 더 오르지 않을까 싶다”며 “도지사 선거에선 연금이나 복지를 충실히 호소하는 후보한테 투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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