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중의원 예산위 회의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무라야마 담화 계승하나’ 질의에
담화 핵심 뺀채 되레 한국 비판
담화 핵심 뺀채 되레 한국 비판
아베 신조(사진) 일본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인정을 또한번 회피했다.
지난달 3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민주당 정권에서 외무상을 지낸 오카다 가쓰야 의원이 아베 총리를 상대로 질의에 나섰다. 1시간2분에 걸친 오카다 의원의 질의 중간쯤 등장한 주제는 한-일 역사 갈등의 핵심인 무랴아마 담화의 계승 문제였다. 이 자리에서 오카다 의원은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내용을 적은 판넬까지 준비해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은 ‘우리 나라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들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부분”이라며 이를 계승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앞부분은 누락한 채 “아시아 여러 나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답변하는데 그쳤다.
그러자 오카다 의원은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 부분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담화를 계승하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며 민주당 정권 시절 간 나오토 총리가 내놓은 ‘간 담화’(2010년)까지 언급하며 네번이나 이 부분을 계승하는지 집요하게 물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네번 모두 명확한 답변을 피하며 “식민지배와 침략을 부정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답하는데 그쳤다. 아베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간 담화를 내놓은 민주당 정권 시절 이명박 정권이 독도를 방문하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있었다. 양국이 입장이 다를 수록 흉금을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 한국도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오히려 한국을 압박하는 답변을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침략 부인’ 발언으로 설화를 빚은 뒤 이에 대해 추궁을 당할 때면 역대 정권의 역사 담화를 모두 계승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담화의 핵심인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그 때문에 아베 총리가 내심으론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고 있다는 우려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 국내에도 커진 상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사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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