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호주 연합훈련서 실시 예정
공중급유기·조기경보기 등도 확보
북한 미사일 위협 선제공격 의미
북 반발 불보듯…한국 외교적 숙제
공중급유기·조기경보기 등도 확보
북한 미사일 위협 선제공격 의미
북 반발 불보듯…한국 외교적 숙제
일본이 ‘적기지 공격 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술적 준비를 거의 끝냈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일본의 적기지 공격 능력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핵심 국익인 한국으로선 매우 우려되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도쿄신문>은 오는 12일 괌에서 열리는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연합 군사훈련에서 항공자위대 F-2 전투기가 적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한 레이저 유도형 합동정밀직격탄(제이댐·JDAM)을 쏘는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3일 보도했다. 괌에서 미·일 공동훈련이 시작된 것은 1999년이고, 자위대가 실탄 투하 훈련을 진행한 것은 2005년부터다. 하지만 적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폭탄을 사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문은 이번 훈련이 일본 자위대가 적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적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려면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적의 내륙 깊숙이 침투해 탄도미사일의 발사 지점을 정확히 확인해 폭격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투기의 장거리 비행을 지원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 적의 내륙에서 레이더와 요격기의 활동을 방해하는 전자전 전투기(electronic warfare aircraft), 이 모든 작업을 통제하는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을 갖춰야 한다.
일본은 이미 공중급유기와 공중조기경보기를 확보했고, 2008년에 F-15DJ(F-15 전투기의 항공자위대용 버전인 F-15J의 복좌용 모델) 전투기에 전자방해장치를 탑재하는 개조에 성공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12일 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제이댐을 발사하는 실전 훈련을 진행하는 셈이다. <도쿄신문>은 “이들 항공기와 폭탄 등을 모두 가동하면 (일본 자위대가) 미국에 근접한 적기지 공격 능력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개정한 방위계획대강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단계 등에 대응하는 능력도 검토한 뒤 필요한 조처를 강구한다”고 못박아 적기지 공격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남은 것은 미·일 안보조약의 상대국인 미국과 협의와 한국 등 주변국의 반대를 돌파하는 일이다. 미·일 양국은 올해 연말을 목표로 유사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양국의 군사적 구실을 정해 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행 가이드라인(1997년 개정)을 보면, 적기지 공격 능력은 미국만 행사할 수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이 “일본은 외국의 탄도미사일 공격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상대가 여러 발의 미사일을 쏘면 방어에 어려움이 있어 미사일을 쏘는 원점을 공격해야 한다. 지금은 이 역할을 미국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럴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밝혀온 까닭이다.
이는 한국 정부에 심각한 외교적 숙제다. 북한이 일본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할 게 100% 확실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일본이 그런 위협을 제거하는 조처에 나서는 걸 무조건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은 이 문제를 유엔(UN) 헌장 51조가 인정하는 ‘개별적 자위권’에 해당되는 사안으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본의 관련 능력 확보는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자위대의 군사 행동이 가능하게 됨을 뜻할 뿐 아니라 북한의 더 큰 반발을 불러 올 수 있어 한국이 이를 수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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