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안전보장 간담회’ 참석
자위대법 개정방침 밝혀
“외국의 조직적 공격 아닌때도
자위대 출동 검토 필요“
자위대법 개정방침 밝혀
“외국의 조직적 공격 아닌때도
자위대 출동 검토 필요“
“부상자가 나올 만한 강경한 수단을 쓰지 말라는 정부의 대응 방침에 따랐다.”
2012년 8월15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는 홍콩 활동가들이 일본 해상보안청의 저항을 뚫고 센카쿠 열도에서 가장 큰 섬인 우오쓰리시마 상륙에 성공했다. 해상보안청 함선이 홍콩 활동가들이 타고 온 치펑2호의 항로를 가로막고 물대포를 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죽창을 휘두르고 벽돌을 던지며 저항한 이들을 막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홍콩 활동가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중-일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탓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 중국 함선이 접근하면 해상 자위대가 아닌 해상보안청(한국의 해양경찰청) 함선을 보내 대응해 왔다. 현행 일본 자위대법이 중국 활동가들의 섬 상륙이나 중국 정부 함선의 단순한 영해 침범 등을 자위대가 ‘방위 출동’을 해야 하는 무력 공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다. 이런 사정 탓에 일본에선 중국의 도발과 관련한 대응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지만,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이 국지전으로 확산되지 않고 관리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론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모호한 갈등 상황’에 해상 자위대가 직접 출동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만큼 물리적 충돌의 위험도 높아지게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일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이하 간담회)에 참석해 “외국의 조직적 공격을 뜻하는 ‘유사사태’에는 이르지 않는 ‘회색 지대’의 사태 때도 자위대가 출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는 이날 어민 등으로 위장한 게릴라의 섬 점령이나 외국 잠수함이 일본 영해(육지에서 12해리 이내)에 침입한 뒤 퇴거 요청을 받고도 물러나지 않는 상황 등을 ‘회색 지대’의 구체적인 예로 꼽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현행 자위대법을 놓고 보면, 이 경우 자위대가 직접 출동할 수 있는지 판단을 내리기가 모호해서 법을 명확히 고쳐 출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도 이번 자위대법 개정의 큰 방향으로 △영역 경비 등 새로운 임무의 추가 △자위대의 무기 사용 권한의 확대 △출동 절차의 신속화 등 세가지를 꼽았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올 가을에 열리는 임시국회 때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의 이번 자위대법 개정 방침은 일본이 그동안 지켜온 전수방위 원칙에 충실한 자위대법의 틀을 크게 변경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법은 자위대의 ‘방위 출동’이 가능한 상황을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은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일본 정부는 △일본이 긴급하고 부정한 침해를 받았고 △이를 제거할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는 경우 △필요한 최소한의 실력행사를 한다는 ‘자위권 발동의 3대 조건’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위대가 중국 민간 선박의 센카쿠 열도 접근에도 출동하고, 이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해 양국 간에 예상치 못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됐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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