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작곡가 사무라고우치 마모루(50)
18년 대리 작곡자 고백
“못듣는다 느낀적 한번도 없어…
20여곡 써주고 700만엔 받아”
사무라고우치쪽 “입 보고 대화”
“못듣는다 느낀적 한번도 없어…
20여곡 써주고 700만엔 받아”
사무라고우치쪽 “입 보고 대화”
귀를 울리는 잡음을 뚫고 들려오는 희미한 음정. 그 소음과 사투하며 한땀 한땀 악보를 완성해 가는 한명의 작곡가. 그동안 많은 일본인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 청각장애인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50·오른쪽)의 거짓 행각이 하나씩 밝혀지며 일본 열도가 큰 충격에 빠졌다. 클래식 음악으로는 드물게 18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교향곡 1번 히로시마>를 포함해 그가 작곡했다고 밝힌 모든 곡이 다른 사람의 작품이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무라고치의 곡을 작곡해왔다고 고백한 니가키 다카시(43·아래) 도호가쿠엔대학 비상근 강사는 6일 도쿄 지요다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도 공범자입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고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8년에 걸쳐 사무라고치를 대신해 곡을 작곡했다. 더는 세상을 속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을 공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사무라고치에게 20곡 이상의 곡을 제공한 대가로 700만엔 정도의 보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사무라고치는 5일 변호인을 통해 “악곡의 구성과 이미지만을 제안하고 나머지는 별개의 인물이 작곡했다. 팬들을 속이고 관계자를 실망시킨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더 놀라운 점은 니가키가 사무라고치가 실제 청각장애인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니가키는 “처음 그와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특히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적이 한번도 없다. (내가 작곡한) 음악을 듣고 몇번이나 의견을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무라고치의 음악 실력에 대해 “작곡을 할 줄 모르고, 피아노도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사무라고치는 “35살 때 완전히 청력을 잃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입을 보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해왔다. 이에 대해 사무라고치의 변호사는 “그가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2급 장애자 수첩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맞서고 있다.
니가키는 이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를 작곡할 때 사무라고치가 곡에 대해 지시한 내용을 담은 문서도 공개했다. 이를 보면 “후세에 남을 예술적 가치만을 추구!”라는 내용과 곡의 네개의 큰 주제로 ‘기원, 계시, 수난, 혼돈’ 등의 글자가 적혀 있다. 그는 “작곡을 할 때 히로시마를 생각하고 지은 게 아닌데 이후 히로시마라는 곡명으로 발표됐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사무라고치는 히로시마 출신으로 부모가 원자폭탄에 피폭된 원폭2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사진 AP 뉴시스
니가키 다카시(43) 도호가쿠엔대학 비상근 강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