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일, 30년 공들인 고속증식로 실용화 포기하나

등록 2014-02-07 20:20수정 2014-02-07 22:13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
‘2050년까지 몬주 상용화’ 일정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제외키로
잦은 고장·기술적 난제가 장애물
국내외 보유 플루토늄 처리 관심
“선거 앞둔 언론플레이” 신중론도
* 고속증식로 : 몬주

일본 정부가 ‘꿈의 원자로’라 불리는 고속증식로 사업의 실용화를 포기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일본 정부가 이달 말 확정되는 ‘에너지 기본계획’에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자리한 고속증식로인 몬주의 실용화 목표 일정을 담지 않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010년 경제산업성이 확정한 에너지 기본계획에는 몬주와 관련해 “2025년까지 실증로를 만들고, 2050년이 되기 전까지 상업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곧 발표할 기본계획에서 이런 내용을 빼면, 일본 정부가 몬주의 실용화를 사실상 포기한다는 뜻이 된다.

몬주는 원자로 실용화를 위한 실험로, 원형로, 실증로 3단계에서 원형로에 해당하는 실험용 고속증식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보도 내용에 관해선 정해진 사실이 전혀 없다. 여러 의견을 검토해 정부가 책임을 지고 대응하겠다”고만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보도와 관련해, 일본의 핵정책을 연구해 온 장정욱 마쓰야마대 교수는 “(탈핵을 주요 이슈로 치러지는) 9일로 예정된 도쿄 도지사 선거를 앞둔 아베 정권의 언론 플레이일 수도 있다. 실제 원자력 기본계획이 어떻게 바뀌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만약 일본 정부가 실제로 고속증식로 사업을 포기한다면, 지난 50년간 유지돼온 일본의 핵정책이 대전환된다는 뜻이다. 아울러 한-미 양국 정부가 협상 중인 ‘원자력 협정’ 개정 등 동북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일본은 상업용 핵발전이 시작된 196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고속증식로 건설을 두 개의 기둥으로 하는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고수해왔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핵폭탄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재처리 권한’을 미국 정부한테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사용처가 없는 플루토늄을 쌓아 두면 일본이 언젠가는 핵폭탄을 만들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플루토늄을 태울 ‘아궁이’인 고속증식로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 사업을 포기하면 2011년 현재 44.2t(일본 내부 9.2t 나머지는 국외 보유)나 되는 엄청난 플루토늄 보유량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일본이 사업 포기를 검토하는 것은 ‘돈먹는 하마’인 고속증식로를 실용화할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벽은 기술적 난제다.

고속증식로는 우라늄에 견줘 핵분열이 쉬워 냉각재로 물 대신 나트륨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나트륨은 물이나 공기와 닿으면 쉽게 폭발을 일으켜, 장치를 가동할 때마다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몬주도 1995년 사고로 한 차례 가동이 중단됐고, 15년 만인 2010년 5월 재가동을 했으나 936번의 경보가 울리고 32곳에 고장이 발생하는 대형 사고를 일으킨 뒤 다시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몬주 건설에 1조엔을 사용했고, 지금도 유지·관리에 하루 5천만엔의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는 “‘꿈의 원자로’를 단념하는 것은 정부의 원전 정책이 현실 노선으로 변경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신문은 일본 정부가 몬주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진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이 장치를 사용후 핵연료에 포함된 고선량 방사능 물질을 비교적 다루기 쉬운 물질로 변화시키는 연소로(ABR)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 장치를 사용하면 사용후 핵연료에서 고선량의 방사능이 방출되는 기간을 기존의 10만년에서 300년으로 단축할 수 있고, 부피도 7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실제 고속증식로의 실용화를 포기하게 되면 그 여파는 올 가을께 완공될 예정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향배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곳에선 매년 8t 정도의 플루토늄이 생산되는데, 이를 태울 아궁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비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은 핵연료인 플루서멀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 안에서도 “경제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 경우 일본은 플루토늄을 확보할 명분을 잃어버려 2018년으로 예정된 미국과 원자력 협정 개정 때 재처리 권한을 잃을 수도 있다. 그리되면 그동안 고수해온 일본의 핵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린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