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설로 일본에서도 간토 내륙 지방을 중심으로 6000여명이 고립되는 등 적잖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일상적인 방재 태세가 잘 갖춰져 있어 한국처럼 건물 지붕이 무너져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는다.
일본의 홋카이도와 도호쿠, 간토 내륙 지방은 하루 밤에도 1m 넘는 눈이 내리는 폭설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일본 정부는 폭설 피해를 줄이려고 1963년 ‘호설(豪雪)지대 대책특별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따라 ‘호설지대 대책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법을 근거로 폭설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호설지대로 제정된 지역은 면적으로 보면 일본 전국의 50.7%, 인구 기준으로는 15.7%에 이른다. 2012년 12월 개정된 6차 기본계획을 보면, 폭설에 대비한 △교통·통신 확보 △농림업 등 지역산업 진흥 △생활환경 정비 등 국가가 시행해야 할 다양한 대책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이와 관련한 인명 피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10년만 돌아봐도 2005년 86명(부상자 758명), 2006년 152명(부상자 2136명), 2010년 131명(부상자 636명), 2011년 130명(824명) 등 거의 매년 10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2006년의 국토교통성의 자료를 보면, 사망자(152명) 가운데 절대다수인 74%(113명)가 지붕에 올라가 눈을 치우다 발생한 안전사고로 확인된다. 그 때문에 2012년 6차 기본계획을 작성하며 △제설 태세의 정비 △폭설 때 도로 교통의 확보 등의 내용을 대폭 손봤고, 제설 작업 중에 발생하기 쉬운 안전사고를 정리해 절대 혼자 제설 작업을 하지 말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
일본의 폭설 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지붕에 눈이 쌓이면 이를 치워야 한다는 교육이 잘 돼 있어 경주 사고와 같이 지붕이 무너져 건물에 있는 이들이 깔려 죽은 사고는 2명(1.3%)에 불과하다. 다만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폭설에 무너지는 사례가 종종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한편으로는 눈이 녹을 때 발생하는 ‘냉열’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도 고민 중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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