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일본, 위안부 인정 고노담화 재검토 시사
정부 “역사인식 허무는 몰지각 행위”

등록 2014-02-21 19:59수정 2014-02-21 22:42

아베, 한·미 관계악화 우려
수정 속내 숨기며 ‘줄타기’
일본 정부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를 재검토할 뜻을 밝힌 데 대해 외교부가 “역사 인식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피해자들에게 고통과 상처를 다시 안기는 몰지각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외교부는 21일 자료를 내어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 내용을 검증하는 팀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고노 담화를 부정하려는 시도이며, 올바른 역사 인식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 스스로가 고노 담화를 통해 인정한 위안부의 모집·이송·관리 등에서의 강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외교부는 또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형언할 수 없는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증언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참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또다시 안기는 몰지각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노 담화의 근거가 된 한국인 위안부 피해 여성 16명의 증언에 대해, 20일 스가 관방장관은 “학술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검토를 더해갈 필요가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스가 장관의 이번 발언은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담화 작성에 직접 개입했던 이시하라 노부오 전 관방부장관이 “피해 여성들의 증언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빌미로 고노 담화의 철회를 주장하는 야마다 히로시 일본 유신회 의원이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추궁하자 스가 장관이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스가 장관은 증언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거부했고, 검증팀을 만들라는 요구에 대해선 “기밀을 보호하는 가운데 검토해 가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피해 여성들의 증언에 대한 조사를 실제로 진행함으로써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가 장관이 야마다 의원의 요구에 약간은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응수한 것은 고노 담화에 손을 댈 경우 각오해야 하는 외교적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을 우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고노 담화에 손을 대는 순간 한-일 관계는 그야말로 끝장 날 수 있으며, 위안부 문제를 여성에 대한 인권 문제로 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해온 미국과의 관계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 때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8월 자민당 총재로 당선된 직후 <산케이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고노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총리가 된 뒤에는 “역대 정권의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1차 내각 때인 2007년 3월 “(일본 정부의 자료 가운데)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지시하는 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각의 결정한 바 있다. 고노 담화를 전면 부인한 것은 아니지만, 이 담화의 핵심인 ‘동원 과정의 강제성’에 대해선 이견이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아베 정권은 고노 담화에 대한 ‘원칙적 계승 그러나 핵심적 내용에 대한 사실상의 부정’이라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왔으나, 이제 그 균형을 깨뜨려 국제적인 비난을 자초할지의 갈림길에 섰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김규원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