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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오사카 조선학교 럭비부 ‘4강 신화, 그후’

등록 2014-02-23 19:11수정 2014-02-23 21:19

다큐 ‘60만번의…’ 박사유 감독

일본 럭비대회 준결승 올랐지만
보조금 중단 등 어려움 극복
다음대회 연속 4강 달성기 담아
“경기 끝나면 모두 친구 되는
노사이드 정신 일본 배워야”
박사유 감독
박사유 감독
“(재일조선인) 아버지·어머니들께서 웃으며 편하게 보실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영화를 보시며 너무 우시는 거예요. 그래도 정말 좋아하셔서 기쁩니다.”

22일 오후 일본 도쿄 아라카와구 서니홀에서 열린 오사카 조선고급학교(오사카 조고) 럭비부의 사연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60만번의 트라이> 상영회가 끝난 뒤 박사유(사진) 감독이 무대에 올랐다. 도쿄 각지에서 모인 일본인·한국인·재일조선인 관객들과 영화 관계자, 조선학교 학생들이 따뜻한 박수로 박 감독을 맞았다. 박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너무 힘들어 몇년은 더 걸려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어머니·아버지들이 많은 후원금을 모아 주시고, 좋은 일본인들의 도움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감독과 재일조선인 3세인 박돈사 감독의 공동 작품인 <60만번의 트라이>는 2010년 일본 전국 고등학교 럭비대회 준결승에 진출한 오사카 조고 학생들이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2011년 대회에서도 다시 준결승까지 오르는 과정을 기록했다. 영화의 제목이 된 ‘60만번의 트라이(럭비의 골에 해당)’는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희망하는 재일조선인 60만명의 염원을 뜻한다.

2002년 일본으로 건너가 통신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교토의 조선인 마을 우토로의 사연을 취재하다 한-일 간 역사문제를 깨닫고 활동가이자 다큐 감독으로 변신했다. 2011년 3·11 도호쿠 대지진 때는 프레스카드 하나로 일본 경시청을 설득해 지진으로 출입이 통제된 고속도로를 달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의 생사 여부를 확인해 고국에 알리기도 했다.

2009년 뜻밖의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우토로 조선인들의 보살핌 속에 투병하던 박 감독은 2010년 1월 일본 전국럭비대회에서 4강 돌풍을 일으킨 오사카 조고의 사연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4강에서 아쉽게 패배했지만 아이들은 이듬해 대회를 준비하며 착실히 훈련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을 둘러싼 상황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일본 정부가 2010년 3월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데 이어,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이 보조금 지급 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다. 팀에도 불행이 겹쳐 기둥인 주장 ‘김관태’는 허벅지 부상을 입고, 에이스인 ‘권유인’마저 전국대회 초반 뇌진탕을 일으켜 남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좌절한 아이들은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더는 경기에 나갈 수 없는 유인이는 자신이 입던 코트를 벗어 박 감독한테 입혀준다. 아이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박 감독의 흐느낌이 미세한 카메라의 떨림을 통해 전해져 보는 이들의 가슴에 묘한 공명을 일으킨다.

아이들의 정정당당한 승부에도 사회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대회가 끝난 뒤 하시모토 시장은 오사카 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전한 아이들에게 “좋은 성적을 낸 것을 자랑스럽게 느낀다”면서도, 보조금 중단 결정을 추궁하는 질문에는 “그것은 권력의 행사”라고 잘라 말한다. 그런 현실과 관련해 영화가 말하려는 것은 럭비의 ‘노사이드 정신’이다. “시합 중에는 적과 친구가 있지만 경기가 끝나면 모두 친구가 되는 것이 럭비의 노사이드 정신입니다. 노사이드 정신이 사회에도 확장돼 조선학교에도 무상화가 적용되리라 믿습니다.”(김관태)

질풍 같은 시간이 지난 뒤 아이들은 모두 한뼘씩 성장했다. 주장 관태와 부주장 영휘는 20살 이하 일본 대표팀에 선발돼 활약중이고, 에이스 유인이는 데이쿄대학에 입학해 럭비팀의 지난해 전국 대학 럭비선수권대회 우승에 공헌했다. 이처럼 재일조선인들은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일본 사회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일본 사회의 벽은 여전히 높다. 일본 개봉은 3월15일, 한국 개봉은 7~8월께로 예정돼 있다.

도쿄/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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