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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집단적 자위권’ 밑그림…세계 모든 분쟁 개입 가능

등록 2014-02-23 20:47

자국 안전 영향땐 포괄적 행사토록
상반기 확정…헌법 해석도 바꿀 계획
4월 최종보고서가 완성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조건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이 안은 일본이 원하기만 하면 세계의 거의 모든 분쟁에 개입할 수 있도록 길을 트고 있어, 일본 국내는 물론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기타오카 신이치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이하 간담회) 좌장 대리는 21일 일본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간담회에서 논의 중인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요건을 5가지 항목으로 정리해 밝혔다. 이를 보면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았을 때 △(사태를) 방치하면 일본의 안전에 큰 영향이 예상될 경우 △공격받은 국가의 요청이 있을 때에, △총리가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뒤 국회의 허가를 받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그 과정에서 △공격을 받은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영토나 영해를 지나게 될 경우엔 해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간담회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4월께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한테 제출하게 된다. 아베 총리는 이를 검토해 이번 정기국회 회기(6월 말) 안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부인해온 기존 헌법 해석을 바꿀 계획이다.

이번 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되면, 일본 국내는 물론 동아시아 전체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기준에 ‘방치하면 일본의 안전에 큰 영향이 예상되는 경우’ 등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탓이다. 이에 견줘 2008년 6월 간담회가 내놓은 1차 보고서에선 △공해상에서 미군 함정이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때 등 4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데 그쳤다. 추상적 기준이 아니라 명확한 사례를 열거했기 때문에, 이들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힐 여지가 적었다.

이런 우려를 증명하듯 기타오카 좌장 대리는 이날 ‘일본의 안전에 영향이 예상되는 경우’의 실례로 “일본의 석유(운송로)가 끊기는 경우”를 꼽았다. 일본이 원유 운송로 보호를 이유로 중동의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믈라카해협-남중국해-동중국해에 이르는 드넓은 영역의 무력분쟁에 개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동안 일본 언론이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따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범위에 원유 수송로 보호 등을 포함시킬 것이라는 보도를 꾸준히 이어온 점에 비춰 이 조항이 최종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자위대가 통과하는 해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눈에 거슬린다. 기타오카 좌장대리는 이와 관련해 “한반도 연안에서 미군 함정이 공격을 받아 (자위대가) 도우러 갈 때 한국의 영해를 통과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동의를 얻는 쪽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유사사태’(급변사태)가 발생해 자위대가 한국의 영해나 영토를 지나 미군을 지원할 때엔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으면 자위대가 북한 영해나 영토를 통해 한반도 유사사태에 직접 개입하면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 정부의 동의 없는 일본의 한반도 사태 개입은 한국인들의 민족 감정에 상처를 줄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오히려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어 한국 정부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을 국회의 심의도 받지 않고, 정부의 각의 결정만으로 끝내겠다는 태도여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993년 고노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은 <도쿄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모두 찬성파인 전문가 간담회의 토의만으로 정부의 헌법 해석을 바꾸는 게 옳은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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