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한 한-일 협정은, 일본 정치인의 망언과 한국 국민의 분노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분만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간사이 네트워크 회원들이 2013년 5월 일본 오사카시청 앞에서 하시모토 도루 시장의 망언을 규탄하며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한겨레 이정아
고노담화 재검토 제동 걸기위해
와다 하루키 전 사무국장 밝혀
한국 207명 중 60명으로 확인돼
시민단체 ‘위로금으로 매듭’ 우려
와다 하루키 전 사무국장 밝혀
한국 207명 중 60명으로 확인돼
시민단체 ‘위로금으로 매듭’ 우려
일본 정치권의 고노 담화(1993년) ‘검증 도발’로 인해 위안부 문제가 점점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7일 아시아 여성기금의 사무국장을 지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의 말을 따서 아시아 여성기금(1995~2007년·이하 기금)을 받은 이들이 한국인 60명, 대만인 13명, 필리핀인 211명, 네덜란드인 79명 등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군이 직접 개입한 점을 뼈대로 한 고노 담화를 발표한 뒤 “위안부 문제에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국민모금 형식으로 기금을 만들어 피해 여성 한 사람한테 200만엔의 위로금과 사죄의 뜻을 담은 일본 총리의 편지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해 온 한·일 시민단체들은 일본 정부의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기금을 원칙적으로 반대해 왔고, 피해 여성들한테도 이 돈을 받지 말도록 권고해 왔다. 그 때문에 이 돈을 받은 여성들이 몇명인지는 매우 민감한 정보로 여겨져 왔다. 와다 명예교수가 이날 밝힌 수치를 놓고 보면 한국 정부가 인정한 피해자 207명 가운데 위로금을 받은 이가 29%인 60명인 것으로 확인된다.
와다 명예교수가 이 수치를 밝힌 것은 현재 일본유신회, <산케이신문> 등이 앞장서 고노 담화의 수정을 시도하는 상황을 탈피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와다 명예교수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일본 정부가 아시아 여성기금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기금 수령자가)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사업이 완료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 문제를 둘러싼 일-한 관계를 타개하려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아시아 여성기금을 총괄해 문제 해결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수치를 공표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 내부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킬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법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돈을 모두 받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한국 정부의 고민도 커졌다. 한국 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 등 기금보다 한발짝 더 나아간 양보를 이끌어내 위안부 문제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는데, 고노 담화의 검증을 요구하는 의견이 과반수에 이르는 등 일본 국내 여론이 악화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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