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호림 북한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서기장이 3일 중국 선양에서 다사카 오사무 일본적십자사 국제부장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선양/연합뉴스
일 관방장관도 “건설적 의견 교환”
일본 정부가 3일 이뤄진 조(북한)-일 당국 간 비공식 접촉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북한의 대화 자세가 적극적이어서 조만간 국장급으로 회담 대표의 격과 공식성을 높여 후속 협의에 나서리라는 전망이 많다. 국장급 회담이 성사되면 2012년 11월 이후 북-일 당국 간의 첫 공식 회담이 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4일 기자회견에서 “1년4개월 만에 정부 간에 의견을 교환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위해 북한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만남을 두고 “진지하고 건설적인 의견 교환과 함께 일본 쪽의 문제의식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산케이신문>은 3일 중국 선양에서 진행된 북-일 적십자 실무회담을 계기로 오노 게이이치 일본 외무성 북동아시아과장이 북한 외무성의 류성일 과장(일본 담당)과 2시간에 걸쳐 별도 공간에서 비공식으로 접촉해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고령화되고 있다. 가족들이 조기 해결을 바라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미사일 문제 등 광범위한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북-일 양쪽은 3일 회담 내용을 본국으로 가져가 논의한 뒤 향후 회담 일정을 잡기로 했다.
일본 언론은 북한이 이번 적십자 회담의 개최를 먼저 요청한 점, 북한 정부 당국자로 류성일 과장이 출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적십자 회담을 먼저 열자고 한 것도, 류성일 과장을 동석시킨다고 밝힌 것도 모두 북한이었다. 그래서 일본도 외무성의 과장을 파견하기로 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류 과장과 오노 과장은 2012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 적십자 회담과 정부 간 교섭 예비협의에 모두 참석해 그해 11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장급 회담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 경우 북-일은 2012년 11월 만남 이후 중단된 국장급 회담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납치 문제와 관련해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일본이 부분 경제제재 철회를 지렛대 삼아 얼마나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낼지는 미지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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