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1호기에서 제염 작업을 하려고 만들어진 로봇. 미쓰비시중공업 제공
방사선량 높고 위험 작업 많아
30종류 투입…누수지점 확인
30종류 투입…누수지점 확인
11일로 3년이 되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맞아 폐로 작업에 투입된 로봇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9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안에는 방사선량이 높고 위험한 장소가 많아 내부 조사나 제염에 다양한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호기 원자로엔 높이 7㎝, 길이 36㎝, 너비 24㎝짜리 탐사로봇이 투입돼 활약 중이다. 이 로봇은 자석으로 만든 주행용 벨트를 이용해 압력억제실 외벽에 붙어 안쪽으로 초음파를 쏜다. 이 로봇이 발산하는 초음파는 공기 중에는 잘 전달되지 않지만 물속에서는 직진해 물체에 닿으면 반사돼 돌아온다. 이 장치를 만든 마쓰히라 노부토 시바우리공업대학 교수는 “초음파를 쏘는 측정기를 이고 좁은 틈을 지나 작업을 시행해야 해 몇번이나 실패한 끝에 (로봇 만들기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로봇의 활약으로 억제실 안쪽의 수위가 밖보다 1~3㎝ 정도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도쿄전력은 이 정보 등을 분석해, 2호기 억제실 내부에 8~10㎠ 크기의 구멍이 생겨 이곳으로 안쪽의 오염수가 유출되고 있다는 추정을 내놓았다. 도쿄전력의 폐로 작업이 조금이지만 한발 앞으로 전진한 셈이다.
활약 중인 로봇은 이밖에도 많다. 지난해 11월 1호기에선 보트형 로봇이 원자로에 난 누수지점 2곳을 찾아냈고, 1월 3호기에서도 건물 바닥에 쌓인 잔해를 치우던 로봇이 원자로에서 샌 것으로 보이는 오염수가 1층 바닥을 흐르는 사실을 확인했다.
로봇의 활약은 역설적으로 원전 폐로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드러낸다. 노심용융이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 원자로 주변에는 사람을 바로 숨지게 할 수 있는 강한 방사선이 흐르고 있다. 사람이 갈 수 없어 로봇이 필요하고, 최악의 환경에서 작동할 로봇을 만드는 데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투입돼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앞으로 격납용기나 압력용기 등 방사선량이 높은 부분으로 작업이 진척될수록 로봇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현장에 투입된 로봇은 모두 합쳐 30종류에 이른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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