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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손정의 뚝심, 태양광 10곳 짓고 “8곳 더”

등록 2014-03-11 19:57수정 2014-03-11 22:58

통신업체 사장의 또다른 도전
2016년 전기사업법 개정땐
소매 판매·요금 자율화 길 열려

일본인 절반이상 탈핵 지지
“통신분야 성과·노하우 활용해
풍력·지열 등 사업 확장할 것”
“이것 보세요. 여기 발전량이 표시되고 있죠?”

일본의 통신 대기업 소프트뱅크 홍보실 직원 유아사 겐이치의 안내를 받아 이 회사의 자회사인 에스비(SB)에너지의 누리집(sbenergy.co.jp)에 접속해 봤다. 오른쪽 하단의 ‘발전 상황’이라고 쓰인 항목을 클릭하니 이 회사가 일본 전역에서 운영하는 10개의 태양광 발전소(총 발전용량 65.2㎿)가 생산하는 전력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11일 오후 2시 현재, 에스비에너지의 총 발전량은 2970만6760㎾h.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곳은 가장 규모가 큰 돗토리현 마이고 발전소다.

에스비에너지는 2011년 3·11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탈핵을 향한 신념을 불태우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만든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회사다. 2011년 10월 창립 이후 이 회사는 지금껏 일본 각지에 태양광 발전소 10개를 만들었고, 홋카이도·시마네현·시즈오카현 등에 8개의 태양광·풍력 발전소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유아사는 “일단 발전용량을 100㎿급 원자로 3개에 해당하는 291.7㎿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발전소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엔 “통신회사답게 현장 발전소에는 근무자 없이 통신을 통해 발전량을 중앙에서 통제·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스비에너지의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2016년부터 에스비에너지와 같은 특정규모전기사업자도 소매 판매가 가능하도록 전기사업법 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국을 10곳으로 나눠 각 지역의 전력회사 한곳에만 독점권을 준 현재의 지역 독점 체제가 깨진다. 일본 정부는 2018년께부터 전기 요금을 자율화하는 전력 시스템 개혁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전력시장이 전후 60여년 만에 요동치리라 예상된다.

전력시장이 자율화하면 에스비에너지는 한단계 큰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생산 전력 전부를 정부가 정한 재생가능에너지의 고정가격매수제도(FIT)에 따라 전력회사에 팔고 있다. 태양광을 기준으로 한 고정가격은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2년 7월엔 1㎾당 42엔이었지만, 지난해 37.8엔으로 낮아진 데 이어 올해 다시 한번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그에 따라 에스비에너지의 연간 매출도 생산 전력량에 고정가격을 곱한 액수로 정해져 있다. 현재로선 점점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다양한 사업 구상을 하긴 힘든 구조다.

그러나 소매시장이 열리는 순간 사정이 달라진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법 개정으로 개방되는 발전시장의 총 규모가 7.5조엔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참여한 통신시장(17조엔)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장이 자율화된 뒤 에스비에너지는 통신 분야에서 쌓은 성과와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미 5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의 통신 상품과 전력 상품을 혼합해 가격 할인을 할 수 있고, 조금 비싸더라도 재생가능에너지만 사용하고 싶은 이들에게 특화된 전기를 판매할 수도 있다. 에스비에너지는 이에 대비해 2012년 8월 에스비파워라는 이름이 붙은 전력 판매회사를 만들었다. 에스비파워는 2016년 이후 에스비에너지 등이 생산한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각 가정에 공급할 계획이다. 일본에선 탈핵을 원하는 이들이 절반을 넘어 재생가능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에스비에너지의 잠재력은 무한할 것으로 평가된다.

유아사는 “2016년에 소매 판매가 시작된 뒤에 어떤 서비스를 할지 회사에서도 연구 중이다. 지금은 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만 하고 있지만 지열이나 바이오패스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발전을 도입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탈핵을 향한 손정의의 꿈이 조금씩 사업성을 확보해가는 양상이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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