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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방사능 오염수 30만톤 쌓여…그날도 지금도 속수무책

등록 2014-03-11 20:01수정 2014-03-11 22:57

후쿠시마 원전 중앙제어실

5분마다 쓴 냉각수 수위 등
지워지지 않은 사투 흔적
3년 지나도 원전 접근 못해
“폐로까진 30~40년” 예측만
‘그날 이후’ 3년이 흘렀다. 세계를 경악에 빠뜨린 2011년 3월11월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의 최전선. 아수라장이던 원자로 1·2호기 중앙제어실은 말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사투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1호기 원자로 수위계 옆에 사고 직후 도쿄전력 직원이 손전등으로 제어반을 비추며 연필로 적은 냉각수 수위 기록이 남아 있다. “16시40분 마이너스 90㎝, 16시50분 마이너스 120㎝, 16시55분 마이너스 130㎝.” 대지진과 쓰나미로 모든 전원이 상실된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사태 수습을 시도하던 직원들의 두려움과 좌절감이 피부에 와 닿았다.

10일 오후 1시, 한국 등 해외 취재진을 실은 버스가 후쿠시마 제1원전 제1·2호기 건물 앞에 멈췄다. 사고 뒤 국외 언론에 이날 처음 공개된 중앙제어실은 24시간 원자로의 운전을 감시하는 원전의 심장부다. 버스 밖으로 나오니 시간당 방사선량이 40μSv(마이크로시버트), 1호기 앞으로 50m쯤 다가서자 그 두배인 80μSv로 치솟았다.

대지진 당일 높이 10m의 쓰나미가 직격한 중앙제어실 건물 1층은 곳곳이 파괴됐다. 건물 잔해와 사고 수습 때 쓰던 검은색 소방호수를 지나 2층 제어실로 올라섰다. 정면에서 볼 때 오른쪽이 1호기, 왼쪽에 2호기 제어반이 있다. 일반 건물과 달리 창문이 전혀 없다. 바닥엔 오염을 방지하려 분홍색 비닐이 깔려 있다.

3년 전 오후 2시46분. 일본 미야기현에서 동남동 130㎞, 깊이 24㎞ 지점에서 매그니튜드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오후 3시27분께 쓰나미 제1파, 오후 3시37분 쓰나미 제2파가 원전을 강타했다. 건물 1층과 지하에 있던 비상용 디젤 발전기와 밧데리를 포함해 모든 전원이 침수돼 기능을 잃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모든 전원을 상실한 ‘스테이션 블랙아웃’ 상태가 됐다.

당시 중앙제어실에는 24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운전원들은 자동차 배터리를 모아 와 원자로 수위계 등을 복구하려 발버둥쳤다. 그러나 원자로의 노심용융(멜트다운)을 멈출 순 없었다. 3월12일 오전 2~3시께 중앙제어실의 방사선량이 시간당 1000μSv까지 치솟았고, 결국 오후 3시36분 1호기에서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이 충격으로 중앙제어실 천장 패널이 떨어졌고, 결국 사고 닷새 뒤 모든 운전원이 중앙제어실에서 대피하게 된다.

도쿄전력 쪽은 이날 잠시 조명을 모두 끄고 ‘스테이션 블랙아웃’ 상황을 국외 취재진에 재현해줬다. 창문이 없어 칠흑 같은 어둠이 취재진을 엄습했다. 현재 이곳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4.1~4.3μSv로 관찰된다.

사고 뒤 3년이 지났지만 폐로와 오염수 처리 등 사고 수습의 길은 멀기만 하다. 도쿄전력은 “1~3호기는 노심용융이 일어나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로봇이나 카메라를 이용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로에는 30~40년 정도 시간이 걸리리라 예측할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지 가늠하기 어렵다. 오염수 저장탱크 쪽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오노 아키라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은 “방사능 오염수는 대략 30만t 정도다. 오염수에서 트리튬(3중수소)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다핵종제거장치(ALPS·알프스)는 시운전중”이라고 말했다. 불어나는 오염수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도쿄전력은 알프스를 거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데일 클레인 원자력개혁 감시위원회 위원장은 “대량의 오염수를 원전 탱크에 그대로 담아두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오염수를 정화한 뒤 바다에 방류하는 게 수천t의 오염수를 담아놓는 것보다 더 낫다고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3년이 지났지만 거대하고 끔찍한 핵사고 앞에서, 인간은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후쿠시마/후쿠시마 제1원전 공동취재단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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