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처음으로 직접 공개언급
오바마 방문 앞둔 유화조처인듯
오바마 방문 앞둔 유화조처인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를 수정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담화의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는 최근 입장과 모순되는 것이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다음달 아시아 순방을 앞둔 유화 조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고노 담화에 담긴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아리무라 하루코 의원(자민당)의 질문에 대해 “위안부 문제에 관해선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고통스런 경험을 받은 분들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이 점은 역대 내각과 다름이 없다”고 운을 뗀 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이른바 고노 담화가 있다. 아베 내각에서 이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 역사 문제는 정치·외교 문제화할 게 아니라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월 말 일본 정부가 담화를 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아베 총리가 직접 담화를 수정할 뜻이 없다고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역사 인식에 대해선 전후 50년을 맞아 나온 무라야마 담화, 60주년을 맞아 나온 고이즈미 담화가 있다. 아베 내각은 이들 담화를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고노 담화의 작성 과정의 실태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과 의견을 맞춘 가능성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담화에 대한 검증작업은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엔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혀 한국과 관계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국내 보수 지지층한텐 검증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결속을 유지하려는 양면 작전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어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고, 고노 담화를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며 “발언의 진정성 여부는 앞으로 일본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김규원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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