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요미우리신문’ 보도
외무성 “피랍 메구미 부모-딸
몽골에서 만나” 공식발표
외무성 “피랍 메구미 부모-딸
몽골에서 만나” 공식발표
북한과 일본 정부가 양국의 최대 현안인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외무성 국장급 협의를 재개할 전망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7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의 말을 따서 “19~20일 중국 선양에서 열리는 양국의 과장급 비공식 접촉에서 조만간 국장급 협의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일 당국은 3일 선양에서 적십자 회담을 명분으로 한 비공식 협의(과장급)를 진행한 데 이어, 빠른 속도로 당국 간 공식 협의를 재개하려는 모습이다.
국장급 협의가 재개되면, 일본에선 이하라 슌이치 아시아대양주국장, 북한에선 송일호 조일국교담당대사가 대표로 참석하게 된다. 신문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장소는 중국이나 몽골 등 제3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양국의 국장급 협의는 2012년 11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진행됐는데, 그해 12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은하 3호 발사에 따른 정세 악화로 추가 접촉이 이뤄지지 못했다.
양국이 납치 문제 등을 논의하는 정부 간 협의를 재개하려 속도를 내는 것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대명사인 요코타 메구미 관련 사안의 처리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요코타의 부모가 10~14일 울란바토르에서 요코타가 북한에서 낳은 딸인 김은경(26)씨와 만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만남엔 김씨의 남편과 생후 10개월 된 아이도 동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요미우리신문>은 1월 하순 이후 이하라 국장이 베트남 하노이와 홍콩 등을 극비 방문해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간부와 협의해 지난 3일 이번 만남에 최종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 접촉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도했고, 일본 정부에서도 극소수만 아는 상태에서 극비리에 진행됐다. 요코타 메구미가 1994년 자살했다는 게 북한의 공식 견해이지만, 일본 쪽은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꺾지 않고 있다. 양국이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한발 나아가려면 요코타의 생사와 관련한 일본 쪽의 이런 의심이 먼저 풀려야 한다.
현재로선 북-일 국장급 당국 협의가 재개되더라도 전망이 밝다고 하기 어렵다.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이번 울란바토르 만남에서 요코타가 숨졌다는 그간의 주장을 되풀이했고, 김씨도 “제 말이 정말입니다. 믿어주세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요코타의 부모는 17일 기자회견에서 “딸은 이전과 다름없이 건강히 있다고 믿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납치 문제는 2002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평양선언 당시 “모두 해결됐다”는 공식 견해를 고수하고 있는데, 일본 쪽은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열린 정부 여당 간 협의회 자리에서 “정부는 납치 문제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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