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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입장료 올리면 손님 줄고, 안 올리자니 한계…‘일본 대중탕’의 위기

등록 2014-03-24 15:18수정 2014-03-24 18:36

목욕 요금은 일본인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
입장료 요금 인상 압력…대중탕 불안 휩쌓여
“경영 노력만으론 이제 한계입니다. 그렇지만 가격을 올려서 손님이 줄면 장사 자체를 못하게 될 수도 있지요.”(일본 니가카현 대중탕 주인의 하소연)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일본의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인상이 일본 사회 곳곳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4일 일본 서민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탕 입장료가 소비세 인상과 엔저로 인한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 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인상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니가타현에서 390엔이던 대중탕 입장료가 420엔으로 오르는 등 6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체단체)에서 가격이 이미 올랐고, 17개 도도부현에선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일본인들이 대중탕 입장료에 민감한 것은 한국의 소주·막걸리 가격처럼 목욕 요금이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온돌이 없는 일본에선 반드시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근 뒤 잠들고, 그게 아니더라도 일본인들은 시시때때로 온천을 즐기길 좋아한다. 더구나 집에 몸 전체를 담글 수 있는 욕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엔 목욕을 하려면 모두가 대중탕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일본에선 대중탕 입장료가 지금도 가격 통제 대상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대중탕 업자가 요금을 자율 결정하지 못하고 각 도도부현이 심의회를 통해 책정한다는 뜻이다.

최근 가격 인상 움직임의 가장 큰 원인은 5%에서 8%로 3% 인상이 결정된 소비세 변동과 에너지 수입가격 인상이다. 일본 재무성의 통계를 보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가격은 2011년 3·11 이전의 1t당 4만9000엔에서 2013년 현재 8만엔으로 상승했다. 중유도 3년 전 1ℓ 70엔에서 2월 현재 90엔으로 크게 올랐다. 여기에 다음달 1일부터 3%포인트 소비세 인상분이 반영된다.

그 때문에 각 지역의 영세 업주들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손님 감소 걱정에 벌써부터 울상이다. 도쿄 대중탕조합 에도가와구 지부장인 다케우치 요시에이(67)는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겠지만, 지금 요금으로 각 업소에서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 손님도 주인도 이제 나이가 들어 이번 소비세 인상을 계기로 폐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한때 2700개에 달했던 도쿄의 대중탕은 현재 4분의 1인 733개로 줄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예전엔 동네마다 꼭 하나씩 있었던 한국의 대중탕도 요샌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게 된 듯 하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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