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일본군, 난징서 30여만명 도살”

국제무대서 전례없이 강한 비판
한-중, 과거사 협력 강화에
일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트집

독일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난징대학살에서 30만명이 넘는 중국인을 살해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일본의 과거사를 비판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일본 과거사를 이처럼 강하게 비난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겨냥한 비난 발언을 계속했다. 한-중의 ‘과거사 연대’에 대한 일본의 트집잡기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시 주석은 28일 저녁 베를린의 쾨르버재단에서 공개강연을 하면서 “일본군국주의가 일으킨 중국 침략 전쟁으로 중국 군·민 3500만명 이상이 죽거나 다치는 ‘인간 참극’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70여년 전 일본 군국주의가 중국 난징을 침략해 30여만명의 중국 군·민을 도살하는 전대미문의 참상을 저질렀다”면서 당시 ‘난징 안전구’를 만들어 중국인들에 피난처를 제공한 독일인 존 라베를 언급하며 독일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주일 중국대사관 공사를 불러 항의해 양국의 역사 갈등이 다시 고조될 조짐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30일 시 주석이 난징대학살에서 30만명 이상이 학살됐다고 밝힌 데 대해 “숫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제3국에서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은 비생산적인 일로 극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안중근 의사 추모를 매개로 과거사 협력을 강화하자, 계속 ‘안중근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스가 관방장관은 29일 중국 하얼빈의 안중근 기념관에 대해 “일본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범죄자, 테러리스트 기념관”이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23일 헤이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안중근 기념관을 언급한 데 대해 “(한·중 양국이)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의 취지와 동떨어진 회담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발언을 했다. 스가 장관은 지난 1월에도 “안중근은 사형선고를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 바 있다.

도쿄 베이징/길윤형 성연철 특파원 [e-mail]